한 달 새 토마토 값은 두 배, 피망 값은 세배나 뛰었다. 지난 8월에 나타난 폭염과 폭우 탓에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농산물 생산자물가는 전달보다 14.2%나 올랐다. 월간 상승폭은 2010년 9월(18.8%) 이후 6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다. 품목별로 보면, 피망은 무려 190.9% 올랐고, 토마토와 배추는 각각 102.1%와 55.3% 상승했다. 이창헌 한은 물가통계팀 차장은 “폭염과 폭우가 여름철에 계속되면서 작황이 나빠 출하량이 줄어든 농산물을 중심으로 생산자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는 기업 간 거래할 때 적용되는 물가 수준을 따져본 것으로 흔히 ‘도매물가’로 불린다. 모든 품목을 포함하는 전체 생산자물가는 전달보다 0.3%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축산물은 대체로 물가가 내렸다. 살충제 검출 사태로 수요가 줄어든 달걀값은 7월에 10.8% 내린 데 이어 8월에도 13.9%나 내렸다. 게(-31.0%)나 닭고기(-12.9%)도 비교적 큰 폭으로 가격이 내려갔다.
공산품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가 0.3% 올랐다. 품목별로는 나프타(9.3%), 경유(2.9%), 휘발유(5.9%) 등 석유류 제품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다. 텔레비전용 액정표시장치(LCD)와 휴대용전화기 등은 1~4%가량 하락했다. 서비스 생산자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다만 휴가철 성수기 영향으로 휴양콘도(19.9%)나 호텔(3.5%)은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던 농산물 가격이 이달 들어선 기상 여건이 개선되면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가락농수산물시장 도매가를 기준으로 상추 4㎏은 이달 초엔 전달보다 2만7600원까지 올랐으나 중순부터는 1만1040원으로, 60% 정도 값이 내렸다. 최근 배추 도매가(10㎏)도 이달 초에 견줘 12% 정도 하락했다. 정부는 사과와 배도 평년 9월보다 각각 23.6%, 20.1%씩 출하량이 늘어 가격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을 찾아 “최근 생활물가 상승압력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물가부담을 더는 추석을 위해 성수품 수급대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경락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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