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등 대외 건전성은 대폭 개선됐으나 저성장의 장기화, 양극화 심화, 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펀더멘털은 악화해 새로운 형태의 경제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1일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초청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외환위기 극복 20년 특별대담-위기극복의 주역으로부터 듣는다’를 가졌다. 이 전 장관은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초대 재경부 장관을 맡아 위기극복의 책임을 맡았던 장본인이다.
현정택 원장은 발표에서 “외환위기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채무 급증 등 대외건전성이 취약한 상태에서 타이,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외환위기 등 외부충격이 가세되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1990~1996년 경상수지 누적 적자는 487억달러에 달했다. 총외채는 1994년에 전년 대비 29.6% 증가했는데 장기외채는 7.3% 늘어난 반면 단기외채는 58.3% 급증했다. 총외채 중 금융기관 비중도 1990년 40%였으나 1996년에는 60%를 상회했다. 가용 외환보유액은 97년 1월 250억달러에서 12월 50억달러를 하회했다.
현 원장은 “외환위기 이전 대외건전성이 취약했던 원인으로 대마불사 신화 속에서 재벌의 차입경영에 의존한 과잉투자와 금융기관의 리스관리 기능 저하와 국외 단기차입 확대가 겹쳤고, 여기에 기업경쟁력 약화와 해외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강세로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외채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현 원장은 “김대중 정부는 통화·재정의 긴축정책과 4대부문(기업·금융·노동·공공) 구조개혁으로 외환보유액을 확충했지만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의 고통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구조조정과 관련해 회사정리 방식으로 한보·삼미·기아 등 17개 그룹 46개사, 화의방식으로 한라·나산 등 11개그룹 37개사, 워크아웃 방식으로 쌍용·거평 등 30개그룹 80개사가 각각 부실기업 정리절차를 밟았다.
현 원장은 “기업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은행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는 등 기업과 금융의 부실이 해소되고 체질개선이 이뤄지는 성과가 있었으나 노동개혁은 유연성 제고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현 원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경상수지가 2012년 이후 67개월 연속 흑자이고, 외환보유액이 올해 10월말 기준 3845억달러로 늘어났으며, 2014년 9월 순대외금융자산국으로 전환하는 등 대외건전성 부분은 개선됐다”면서 “그러나 저성장의 장기화, 양극화, 가계부채 급증 등 대내 경제 펀더멘털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경제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가 향후 5년내 한국경제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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