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거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44) 위원장은 22일 <한겨레>와 만나 위원회 역점 사업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강조했다. “요즘 누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려고 하느냐. 사무직으로 일하려고 하고, 공장이라도 ‘스마트 팩토리’로 가려고 하지 않냐.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게임·소프트웨어 개발과 인터넷 서비스 등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장 위원장은 “혁신성장이란 화두 속에서 위원회가 할 일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책실 쪽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경제와 관련해 반드시 어떤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했고, 지금은 대통령이 국민과 잘 소통하면서 잘 가고 있지만, 1~2년 지나면 결국 먹고 사는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5~10년 이상 쌓인 경제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나는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게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라고 보고, 그런 차원에서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
그의 임기는 1년이고, 이미 두 달 정도 지나갔다. 위원회의 위상과 조직은 물론이고 위원장의 권한도 애초 예상됐던 것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그는 연연해 하지 않는 모습이다. “‘싱크 빅, 스타트 스몰’이란 말을 좋아한다. 굳이 풀이하자면, 생각은 크고 깊고 넓고 길게 하되, 시작은 작지만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크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데, 시작부터 크게 벌리면 동력을 못 얻을 수도 있다.” 교육 등 큰 것을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잘못하면 늪에 빠져 길을 잃을 수 있단다.
장 위원장은 특별히 “답을 정해놓고 달려가거나, 오로지 답을 찾기 위해 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 다시 말해 사회적 합의를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전 정부가 실패했던 것도 과정을 외면한 채 오로지 답만을 좇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밸류 체인의 작은 부분을 건드려 사회를 바꾸고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연대보증을 없앴더니 누구나 창업하겠다고 덤비고, 실패해도 고개 숙이고 다니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그에게 ‘이제 뭔가를 내놓을 때가 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큰 그림 1.0’을 만들고 있다. 오는 30일 각 부처 장관과 민간위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각 부처에 파편화돼 상존하고 있던 것을 모았단다. “2018년 예산은 이미 진행된 상태라, 새로운 것을 빼고 넣고 하는 것은 2019년을 향해서 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공유하는 것이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지난 10월10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한국경제 허문찬 기자
그는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면서 곳곳에서 기존 질서와 충돌하고 있다”며 “위원회 설립 이유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지렛대로 삼을 수밖에 없단다. 그는 “우리가 참고할만한 사례로 ‘인더스트리 4.0’을 꼽을 수 있는데, 사실은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독일에서도 노사가 오래 얘기해서 지금의 성공적인 모델로 만든 것 아니냐. 올해는 ‘큰 그림 1.0’을, 내년에는 2.0으로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12월 초 ‘규제혁신 해커톤’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커톤은 ‘해커’와 ‘마라톤’의 합성어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이 마라톤 토론을 벌여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번 해커톤의 의제는 ‘카풀’(라이드 쉐어링)이다. “라이드 쉐어링이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규제가 풀려야 한다. 실제 행사는 1박2일지만, 4~5주 전부터 준비해왔다.”
그는 “‘규제혁신’ 내지 ‘규제완화’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도정비’란 말이 더 좋다고 했다. 그는 “위원회가 해커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알면, 정부에 널리 퍼질 수 있다고 본다”며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아이엠에프(IMF) 때처럼 또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카이스트에서 전산학과를 졸업(박사과정 수료)한 뒤 네오위즈·첫눈·블루홀 등을 창업했다. 모두 성공시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블루홀 이사회 의장과 본엔젤스파트너스 고문을 맡고 있다가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앞서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요청도 받았으나 회사 지분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거부했다. 블루홀 자회사 펍지가 개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전세계적으로 대박을 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김재섭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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