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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기차는 모두 친환경? 배터리 커지면 글쎄…

등록 2017-12-31 15:46수정 2017-12-31 17:19

Weconomy | 정책통 블로그
전기차 보급확대 ‘딜레마’ 우려


새해에는 지난 100년간 수송차량 시장을 지배한 가솔린·디젤 등 화석연료 내연기관 차량의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2년까지 전기차 보급을 35만대로 늘릴 목표를 세웠다. 올해에는 한번 충전으로 300~500㎞ 이상 주행하는 ‘2세대 전기차’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기차가 생산 및 주행·폐차 등 전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탄소배출 제로’라는 통념이 틀렸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다. 더불어 전기차에도 조세 정의 및 과세 형평 차원에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새해에 과세 등 사회적 논의도 확대될 전망이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 ‘탄소제로’ 맞나?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전기차의 그린(녹색) 이미지는 보닛 아래서 퇴색된다’는 제목으로 ‘탄소배출 제로’로 알려진 전기차 테슬라S가 생애주기로 따져보면 소형차인 미쓰비시 미라지보다 더 탄소배출이 많다는 실험 결과를 전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트랜식연구소가 실험한 결과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P100D 살롱)가 미국 중서부 실제 도로주행 조건에서 ㎞당 226g의 탄소를 배출했다. 반면 같은 주행에서 가솔린엔진차인 일본 미쓰비시 미라지는 192g이었다. 트랜식연구소는 에너지 성능 평가에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다.

미 MIT 트랜식연구소 실증 비교
전기차 테슬라 ‘모델S’ 탄소배출량
대형BMW 휘발유차 비해 적지만
소형 미쓰비시 미라지보다는 많아

주행거리 늘리려 대형배터리 장착
차체 무거워지며 친환경성 퇴색
코발트·리튬 등 광물소재 배터리
생산과정 탄소배출도 무시 못해

정부, 2022년 35만대 보급 못해
과세 등 사회적 논의 확대될 듯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따지면 대형 전기차가 소형 가솔린·디젤차보다 오염물질을 더 내뿜다는 것이다. 총 주행거리 27만㎞를 기준으로, 탄소 배출량은 테슬라S가 6만1115㎏, 미라지는 5만1891㎏으로 내연기관차가 더 친환경적이었다. 물론 내연기관인 대형 승용차 베엠베(BMW)7이 10만3851㎏을 배출한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다.

‘대형’ 전기차가 ‘소형’ 내연기관차보다 환경에 나쁘다는 실험 결과는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딜레마’를 안겨준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영국, 중국 등은 2030년을 목표로 내연기관 퇴출을 위해 전기차 생산 및 판매를 독려하는 동시에 내연기관차량의 판매나 주행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되면, 수억원대의 전기차는 오염물질을 더 내뿜으면서도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도로를 마음껏 내달릴 수 있다. 반면 친환경적인 소형 내연기관차는 서민이 구매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도로 주행이 힘들어질 수 있다.

대형화되는 차체와 배터리가 문제

같은 배기량 기준으로는 전기차는 여전히 내연기관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연합에서 2030년까지 생애주기에 걸친 전기차의 탄소배출 규모가 경유차보다 절반일 것이라는 벨기에 한 대학의 연구 결과를 전했다.

문제는 전기차가 점점 커지고 있고, 여전히 코발트·리튬 등 광물자원에 의존한 전기배터리를 쓴다는 점이다. 테슬라 모델S는 소형 전기배터리를 쓰는 1톤 이하의 소형차라는 기존 콘셉트를 뒤집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리려고 대형 배터리를 장착하면서 무려 2.2톤에 이른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코발트·리튬 같은 광물자원 사용에 화석연료가 생산한 전기로 충전하면서 대형 배터리를 장착하고 차체까지 무거워지면서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퇴보했다. 자동차업체는 친환경성을 강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엠베 전기차 ‘아이3’(i3)다. 차체를 수력발전을 써 생산한 탄소섬유 재질을 사용하고, 풍력으로 가동되는 공장에서 조립한다. 또 재활용유리를 가공한 좌석과 올리브유에서 추출한 페인트를 쓴다. 심지어 차열쇠도 아주까리씨로 만든다. “현재 지구상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 친환경차”(트랜식연구소 평가)다. 그럼에도 대형화하는 배터리와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이 친환경을 위한 노력을 상쇄한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위상 재검토” 요구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최근 ‘자동차의 전력화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 보고서를 내어 전기차 위상 재정립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발주한 연구용역 과제로, 앞으로 전기차 세제 등 관련 정책 수립 및 재평가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에경연과 서울대 송한호 교수(기계항공공학)팀은 휘발유, 경유, 엘피지(LPG), 수송용 전기 등 4개 에너지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전과정(유정(well)에서 바퀴(wheel)까지·WTW)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당 전기차의 미세먼지(PM10) 배출량은 휘발유차의 92.7%, 온실가스 배출량은 휘발유차의 53%에 달했다. 석탄화력이 국내 총발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2016년 국내 전력 생산 현황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충전용 전기의 생산·발전 과정 및 브레이크패드·타이어 마모 등 전체 과정을 보면 전기차도 상당한 오염물질을 내뿜는 셈이다.

에경연 김재경 연구위원은 “충전용 수소 전기 생산 과정에 석탄화력발전소 등이 대량 가동되고 있고,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처럼 타이어 마모 등으로 비산먼지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도 수익자 부담원칙 및 세부담 형평 원리에 따라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도로 인프라 이용부담금’ 명목으로 각각 182~207.4원/ℓ, 129~147원/ℓ를 물린다. 반면 전기차는 면제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전기차에 대한 과세원리와 형평성 차원에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쪽은 석탄화력 발전 비중을 낮추면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강화된다는 판단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석탄 발전 비중이 커서 전기차가 늘어도탄소배출이 많이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옛이야기다. 재생에너지 비중 커지면 전기차 친환경성도 커지고, 일조량이나 풍량이 일정하지 않아 재생에너지 설비는 어느 정도 전력을 과잉생산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는 소형 '전력 저장장치' 역할을 하게 돼 정책적으로도 더 양산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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