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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장에서] ‘장관,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는 현장

등록 2018-01-25 19:04수정 2018-01-25 20:27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현장 행보가 숨가쁘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을 찾아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 애로를 알아보고, 지원책인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하고 다닌다. 장관이 앞장선 현장 행보로 중기부 전체가 비상에 걸렸다. 12개 지방중기청과 산하 기관이 공동으로 홍보전담반을 구성해 설 연휴 전까지 100만개 사업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에 온 힘을 쏟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겠으나 효과는 의문이다.

홍 장관은 지난 24일 대전 정동의 인쇄소 집적지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으로 당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크겠으나, 중장기적으로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 확대가 발생하면 서민경제에 돈이 돌고 결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홍 장관이 현장 방문에서 영세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설득·홍보하는 논리의 뼈대다.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그런데 현장에선 이런 논리를 대체로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여긴다. 홍 장관이 주장한 ‘중장기적인 혜택’을 현장에선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으로 연결되기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와 관련한 국내외 실증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과 생산·소득과의 상관관계는 미약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 활성화나 소득주도 성장의 필요조건 가운데 하나가 될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까지 채울 수는 없다. 최저임금제는 노동빈곤층에 대한 구제 수단이지 산업정책이나 성장전략이 될 수는 없다. 영국 최저임금위원회(LWC) 초대 위원장 조지 베인은 2014년 ‘최저임금을 넘어’라는 보고서에서 최저임금제도의 목표와 원칙에 대해 “고용과 성장 기반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저임금 노동자를 최대한 돕는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대기업, 임대사업자, 고소득 임금노동자,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고르게 짐을 부담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들을 만나보면, 올해는 충격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임금 지원과 4대보험 지원이 부담을 덜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한다. 정부의 지원 대책은 대부분 시행 시기가 불투명하고 효과도 의심스럽다는 게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하소연이다. 그런데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방문하는 현장에서는 이런 하소연이 잘 들리지 않는 듯하다. 홍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을 가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고 답까지 찾을 수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혹시 듣고 싶은 말만 나오는, 보고 싶은 곳만 찾아다니는 ‘선택 편향’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닐지 점검해봤으면 한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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