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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3조 투입한 성동조선, 결국 ‘법정관리’ 가닥

등록 2018-03-07 18:38수정 2018-03-07 21:32

중견조선사 구조조정방안 8일 확정
“실패한 기업에는 세금 안 붓는다”
정부, 시장원리 바탕 새 원칙 적용
성동조선 7년째 공적자금 ‘연명’
외부 컨설팅서 “청산가치〉존속가치”
수주잔량 16척 있는 STX조선은
인력감축 통한 정상화 쪽으로
성동조선해양 누리집
성동조선해양 누리집
지난 7년간 3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중견 조선사 성동조선을 끝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넣는 쪽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표 기간산업인 ‘조선’ 구조조정에 민간 시장원리가 적용된 것으로, ‘금융논리와 산업논리의 균형적 고려’를 산업구조조정 원칙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가 이번 첫 시험대에서 경쟁력을 잃은 실패한 기업에는 세금 투입을 더는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7일 관계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8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로 보내고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은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정상화를 도모하는 내용으로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에스티엑스조선은 구조조정 지속’이라는 틀로 기본 방향을 잡았다”며 “그동안 재무실사 등을 거쳐보니 두 기업이 (회생 가능성 등에서) 크게 다른 상황에 있다. 한 곳은 수주해놓은 선박 건조 일감이 어느 정도 있지만, 다른 하나는 남아 있는 배(일감)가 거의 없다. 수주해놓은 배가 없는데 어떻게 살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최종 방안은 8일 회의에서 관련부처 장관들 사이의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성동조선 채권단 고위 관계자도 이날 “법정관리도 채권단이 관계장관회의에 올린 여러 안 중에 하나”라며 “성동조선의 경우 우리로서는 기업회생 절차를 대신할 다른 대안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대형 탱커를 주력 선종으로 하는 중견 조선사 성동조선(경남 통영)은 2010년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7년째 공적자금 투입에 의존해 연명해왔다.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에 쏟아부은 자금만 3조1천억원에 이른다. 수주 잔량이 5척이지만 선주의 요청으로 건조 착수는 못해 도크가 텅 비어 있다. 일감이 바닥을 드러낸 채 매달 막대한 고정비만 지출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코앞에 닥쳐 당장 올 2분기 안에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외부 컨설팅을 통한 기업가치 산정 결과, 청산가치(7천억원)가 존속가치(2천억원)보다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됐다. 법정관리행이 유력시되면서 성동조선 처리를 둘러싼 공은 이제 정부·채권단을 떠나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법정관리가 기업‘회생’을 위한 절차이긴 하지만 향후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 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성동조선 법정관리 방향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대규모 공적자금이 이미 투입된 기업은 사실상 ‘회생’을 우선으로 삼아온 과거의 구조조정 원리에서 탈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 채 시장원리에 충실한 법정관리를 정부와 채권단이 선택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조선업의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발주시장에서 확장세가 멈추고 오히려 시장이 절반 정도로 대폭 줄어든 반면, 국내 조선사는 2006년 전후 조선업 대호황 시절에 늘려온 생산·공급능력을 그대로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2월 ‘산업과 금융 측면의 균형적 고려’를 새 구조조정 원칙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정부·채권단이 성동조선에 대해 기업회생 추진을 전제로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이른바 ‘피(P)플랜’(초단기법정관리)조차 배제하고 법정관리행을 택한 배경에 촉각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실패한 기업은 이제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거나 대규모 공적자금이 이미 들어갔더라도 더 이상 세금으로 연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위태로워지면서 민간 금융기관이 채권단으로 있던 여러 중소 조선사는 시장에서 퇴출됐으나, 대우조선·성동조선·에스티엑스조선 등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한도성 대출 등 각종 자금을 지원받은 조선사들은 산업적 고려 등이 개입되면서 회생을 도모하는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한편, 인력 감축을 통한 정상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진 에스티엑스조선은 현재 수주 잔량이 총 11척으로 내년 3분기까지 버틸 일감이 남아 있는데다 향후 신조 선박을 더 수주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완 정세라 김경락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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