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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청년 품은 근로장려금의 진화…저소득층 구원투수 될까

등록 2018-04-15 18:23수정 2018-04-15 22:15

Weconomy | 정책통 블로그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프리랜서 웹툰 스토리 작가인 강재민(가명·27)씨는 일이 없을 때는 행사 진행요원 등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린다. 올해 강씨가 아르바이트 등으로 1천만원을 벌 경우, 내년부터 근로장려금(EITC·저소득 근로가구에 세금환급 형태로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으로 연 64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 강씨는 “만족할 만한 액수는 아니지만 작가로서 능력도 쌓아나가고, 시간에 쫓기며 하고 있는 생계용 알바를 조금이나마 줄이는 등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하면서, 근로장려금의 연령제한을 없애고 20대 1인가구에도 근로장려금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1인가구로 살아가는 청년 15만7천명(추정)이 내년부터 새로 근로장려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연령이나 가구원 등 근로장려금을 받기 위한 문턱을 한층 낮춘 파격적 대책이다. 정부는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소상공인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시행 중인 ‘일자리 안정자금’을 근로장려금 확대 등으로 대체하는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처럼 10년 전 미국에서 건너온 근로장려금은 시간이 갈수록 용도를 늘리며 진화하는 중이어서, 저소득 근로가구를 폭넓게 지원할 구원투수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청년1인가구’도 내년부터 지원
20대 알바생, 한해 64만원 ‘숨통’
정부 “일하는 복지 기본틀 삼겠다”
도입 10년 만에 전면 개편 착수

“근로 저소득층 실질소득 지원”
지난해 188만가구 받았지만
평균 지급액 연 73만원밖에 안돼

단독가구 소득기준 연 1300만원
최저임금 노동자조차 혜택 못받아
“소득기준 바꾸고 지급액 늘려야”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0년 전 미국에서 건너온 한국형 근로장려금

1975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된 근로장려금은 저소득 근로가구를 지원하되, 일정 소득 수준까지는 일을더 많이 할수록 지원을 많이 받도록 설계됐다. 전달과정이 복잡한 공공부조 대신 소득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근로가구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부의 소득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근로유인과 저소득층 지원을 함께 하기 위해 소득이 늘어날수록 지급액도 늘어나는 ‘점증구간’과 최고 지급액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평탄구간’을 거쳐 소득이 더 늘면 지급액이 줄어드는 ‘점감구간’ 등 3가지 구간을 두는 것이 뼈대다. 이는 미국과 우리나라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는 미국에 견줘 부양자녀의 수보다는 가구 구성 형태를 중시하고,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못 받는 차상위 계층 지원을 목표로 삼아왔다. 실제로 2014년부터 정부는 근로장려금을 줄 때 부양자녀 기준을 폐지하고 단독·홑벌이·맞벌이 가구로 나누어 지원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근로장려금 제도는 더 주목받아왔다. 지난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미국(가구당 298만원)·영국(가구당 1131만원) 등에 견줘 우리나라의 근로장려금 지급액(약 73만원) 수준이 미미한 만큼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올 들어 근로장려금을 ‘일하는 복지의 기본틀로 삼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20대 1인가구도 지원 대상, 파격 실험

국세통계를 보면, 지난해 근로장려금은 188만3053가구에 1조4천여억원이 지급됐다. 가구당 평균 72만7천원(연간 기준)을 받은 셈이다.

현재 단독가구의 경우 0~600만원까지는 연소득이 늘어날수록 지급액이 늘어나고(점증구간), 600만~900만원까지는 최고 지급액인 85만원을 받고(평탄구간), 900만~1300만원까지는 소득이 늘수록 지급액이 줄어든다(점감구간). 홑벌이 가구의 경우 900만원까지가 점증구간, 1200만원까지가 평탄구간, 2100만원까지가 점감구간에 해당하는데 최대 지급액은 200만원이다. 맞벌이 가구의 경우, 1천만원까지 지급액이 늘다가 1천만~1300만원까지 최대 지급액인 25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이후 2500만원까지는 지급액수가 줄어든다. 강씨와 같은 1인가구의 경우, 600만원까지가 점증구간, 600만~900만원은 평탄구간, 900만~1300만원까지는 점감구간이 되며 최대 지급액은 85만원이다.

1인가구에 대한 지원은 60살 이상 노인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해와 올해 30대가 처음 지급받는다. 한발 더 나아가 가구 연령제한을 폐지하고 20대나 경우에 따라선 10대에게까지 근로장려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다소 파격적이라 할 만하다. 근로능력이 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청년층의 근로빈곤 역시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원해야 할 빈곤의 영역으로 포함시킨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그동안 ‘다른 세대와 달리 청년층은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등 반론이 적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임금으로 생계와 취업준비를 병행하는 차상위 계층 수준의 청년이 실제로 많은데다 근로장려금이 우리나라에서 노동유인보다는 차상위 계층 소득보조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확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간 640억원 정도 조세지출이 예상되는 청년 근로장려금은 올해 세법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 구원투수로도 등판?

근로장려금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맞물려, 다시 체계가 전면 개편될 여지가 커 보여 추이가 주목된다. 지난해 여야는 국회에서 올해 최저임금 큰 폭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인건비 월 13만원 지원) 예산 2조9천억원을 통과시키며, ‘올해 7월까지 직접지원 방식(일자리 안정자금)을 근로장려금이나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 등으로 바꿀 대책을 보고할 것’이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구체 방안을 마련 중인 정부는 지원 대상이 불일치하는 등의 이유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전체 30인 미만 사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에 견줘 근로장려금 지급 대상은 그 범위가 훨씬 좁다. 단독가구의 경우 연소득 1300만원 미만, 홑벌이 가구의 경우 연소득 2100만원 미만, 맞벌이 가구의 경우 2500만원 미만 등으로 정해져 있는 탓이다. 올해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연봉은 약 1888만원(주 40시간 노동 가정)에 이른다. 지난해 지급 신청 가구 가운데 상용직(48만611가구)이 아닌 일용직(58만8162가구)과 자영업(64만8692가구) 가구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낮은 지급액과 연간 한차례뿐인 지급주기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달이 주어지는 최저임금을 보완하는 정책으로는 역부족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급액을 더 올리고 지급주기 역시 최소한 분기나 월 단위로 바뀌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랩(LAB)2050’의 이원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 과정 속에서 나온 근로장려금 확대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공정한 임금배분을 국가가 개입해 보완하는 제도로 개편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위해선 소득기준을 최저임금에 맞추고 지급주기를 분기나 월 단위로 개편하고, 지급금액도 상향조정해야 하는 등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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