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신분인 조현민(35) 대한항공 전무가 6년간 불법으로 국적 항공사인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했던 것으로 드러나 국토교통부가 경위조사에 들어갔다. 현행법을 위배한 것이지만 국토부는 현재 달리 처벌하거나 제재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7일 국토부는 조 전무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6년간 재직했던 사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해 문제가 있을 시 법적·행정적 제재 방안을 검토해 철저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은 국내 항공사의 대표자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인 조 전무는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진에어의 등기부상 임원인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항공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국토부는 6년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현종 항공정책관은 “미국인인 조 전무가 왜 국내 항공사 등기임원으로 있었고, 국토부는 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국토부는 조사를 실시해 문제가 있을 경우 법적·행정적 제재를 하겠다고 했지만, 조 전무와 진에어의 불법을 처벌하거나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에서 이미 사임한 상태라 현 시점에서 항공사 면허를 취소할 수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면허 취소 외에도 과거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는지도 검토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 전무가 6년이나 진에어의 등기이사로 불법 재직한 것에 대해 감독 당국이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은 국토부의 관리가 허술했거나 대한항공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를 발급한 이후에 항공사가 조건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2016년 이후에 생겨 그 이전 실태에 대해서는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며 “진에어 면허 발급 이후 조현민으로 등기이사가 교체된 사실을 당시 담당자들이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6년 9월 법이 개정되면서 항공사는 등기이사 변경 등 중대한 변화가 생기면 관련 자료를 국토부에 즉시 제출하게 바뀌었다. 진에어가 2009년 8월 국토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고, 반년 뒤인 조 전무를 등기이사로 임명했지만 국토부는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 전무는 진에어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에서도 비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현행법은 법인등기부 상 임원만 규제되기 때문에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조 전무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이란 의혹이 나온다. 조 전무는 실제로 대한항공 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사실상 경영진 노릇을 하고 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경우 조 전무가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해도 형식적으로 비등기임원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의 신규 면허발급 심사 과정에서는 한 재미교포의 비등기이사 재직을 문제삼은 바 있어 역시 대한항공 봐주기 논란을 부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신규 면허 심사 건은 우회적으로 외국자본이 국내 항공사를 지배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었던 것이지 비등기임원의 자격 자체를 문제삼은 건 아니어서 대한항공과는 다른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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