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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등록 2018-06-15 21:26수정 2018-06-16 21:13

[토요일] 다음주의 질문
지난 5일 오전 서울 세종로공원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최저임금법 개악 폐기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5일 오전 서울 세종로공원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의 ‘최저임금법 개악 폐기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6·13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보여주듯 경제와 민생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서울 여의도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이아무개씨는 “지방선거 뒤에도 체감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없으면 소상공인들의 인내심이 한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발표된 5월 취업자 증가폭이 2010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약속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로 이어지고, 이것이 기업의 생산·투자·고용 확대로 연결돼 경제 전체가 선순환된다는 이론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소득분배 악화와 고용 증가세 둔화가 이어지면서 ‘비상등’이 켜졌다.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소득주도성장이 흔들린다면, 자칫 전체 경제개혁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어떻게 해야할까?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논란의 교훈을 조정경기에 비유해 설명한다. 조정은 한명의 키잡이와 여러명의 노잡이가 한팀이 되어 펼치는 보트 경주다. 유 교수는 “조정경기에서 이기려면 노잡이들이 키잡이의 구령에 맞춰 노를 잘 저어야 하듯이,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최저임금 정책은 물론 거시·복지·노사·자영업·중소기업·공정거래 등 여러 정책이 서로 호흡을 맞춰서 추진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최근 고령층, 영세자영업자, 저소득층의 소득증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했다.

조정 경기에서 배의 방향을 잡고, 노잡이에게 구령을 넣는 키잡이의 역할은 중요하다. 만약 키잡이가 눈을 감고 있다면 배가 똑바로 갈 수 없다.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두고 ‘눈을 반쯤 감은 키잡이’처럼 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소득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둘러싼 정부 내 이견, 최저임금 효과에 대한 불확실한 설명으로 혼선을 자초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노동연구원이 노동부에 수차례 요청한 정밀실태조사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끝내 무산됐다.

키잡이와 노잡이가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배의 상태에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 배가 날렵한 유선형이면 앞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지만, 타원형이라면 속도를 내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높은 혁신 역량과 경쟁력을 갖춘 경제와 그렇지 못한 경제는 차이가 크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경제 전체의 혁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대한상의의 고위 임원은 “소득주도성장만 하면 경제 전체의 파이는 그대로 두고 분배방식만 바꾸는 것이다. 개인·기업·국가경제의 혁신 역량을 높여서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워야 소득주도성장과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최근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혁신성장의 핵심은 규제개혁이라고 말한다. 역대 정부는 모두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기업이 규제완화를 요구하면, 시민단체는 재벌특혜와 국민의 생명·안전 위험을 우려한다. 반대로 시민단체가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엄한 제재를 요구하면, 기업이 결사반대한다. 현재의 교착상태를 돌파하려면 ‘규제 빅딜’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사전적 규제’는 과감히 줄이고, 기업의 편법·불법을 엄벌할 수 있는 ‘사후적 규제’는 대폭 강화하는 것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 빅딜’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주도하면 어떨까?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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