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재정이 열쇠다
②조세개혁 중장기 로드맵 짜자
재정학자 25명 설문 결과
한국 조세부담률 19.4%
OECD 평균 25% 한참 못미쳐
증세 통한 재정지출에 공감
방법론 두곤 팽팽한 의견차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 늘어
보편증세해야 세수 확보 가능”
“고소득자·대기업 핀셋증세해야
조세저항 덜하고 증세 추진 탄력”
②조세개혁 중장기 로드맵 짜자
재정학자 25명 설문 결과
한국 조세부담률 19.4%
OECD 평균 25% 한참 못미쳐
증세 통한 재정지출에 공감
방법론 두곤 팽팽한 의견차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 늘어
보편증세해야 세수 확보 가능”
“고소득자·대기업 핀셋증세해야
조세저항 덜하고 증세 추진 탄력”
재정학자 다수가 문재인 정부에 증세와 재정확대를 주문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세부담이 다른 선진국에 견줘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5%(2016년 기준)보다 한참 낮은 19.4%에 그친다. 개인 소득세와 부동산 보유세 부담 수준은 특히 오이시디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증세를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관련해선 전문가그룹 사이에서도 팽팽한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한겨레>가 지난 4~12일 한국재정학회 소속 재정학자 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혁 과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대부분이 증세를 통한 재정지출에 찬성하면서도 방법론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보편증세를 해서 재정지출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10명·40%)는 응답과 ‘핀셋증세를 해서 재정지출 규모를 조금 더 늘려야 한다’(9명·36%)는 응답이 비등비등한 수준으로 나왔다. ‘핀셋증세’는 일부 고소득층이나 재벌 대기업을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보편증세에 견줘 세수 확보 규모가 제한적이다. 다만 세부담이 높아지는 이들의 범위가 좁아 조세저항이 덜할 수 있다.
박종상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고소득층,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핀셋증세는 이를 빠져나가려는 조세회피자를 양산해 조세체계를 왜곡할 위험이 크다”며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의무지출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편증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조세부담률을 22%까지 끌어올려야 연간 45조~50조원을 더 걷을 수 있는데, 현재 조세구조로는 세원이 너무 좁아 세율 조정만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구균철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핀셋증세를 통해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과세가 강화돼야 증세 추진에 힘이 실린다”며 “그 이후에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낮추는 등 고통분담이 가능해져 중부담·중복지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 차이는 조세개혁의 최우선 과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서도 보여졌다. ‘과세공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8명·32%)과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응답(6명·24%)이 엇비슷했다. 보편증세를 해야 한다고 응답한 전문가 중에 과세공평성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이들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조세부담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는 보편증세가, 과세공평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핀셋증세가 거론된다. 이명헌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보편증세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의 광범위한 정치적 동의가 필요하다”며 “세금이 공평하게 부과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하고 있다면 자신의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목별로 증세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1순위로 부동산 보유세→소득세→자산이득세(금융·임대소득 등) 등의 차례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부동산 보유세는 과세 공평성에 어긋나는 대표적 세목으로 지목돼왔다. 또 소득세는 세수 비중이 오이시디 국가들에 견줘 낮은데다 면세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6년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43.6%에 달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에 반하는 셈이다.
자산이득세의 경우, 1순위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세번째로 많이 나왔지만 ‘2순위’를 정하는 데선 가장 많은 응답이 나왔다. 근로소득이 종합과세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은 2천만원 이하일 경우 분리과세를 통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임대소득은 2천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은 기본적으로 비과세이고, 증권시장 외에서 거래(장외거래)되거나 대주주의 거래만 과세 대상이 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소득주도성장의 목표는 분배를 개선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조세는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이 불리하게 돼 있다”며 “금융소득 등이 고소득자에게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허승 기자 ejung@hani.co.kr
<설문에 응해준 전문가그룹>
구균철 경기대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김종웅 대구한의대 교수 김태일 고려대 교수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 박노욱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 박종상 숙명여대 교수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성태윤 연세대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양희승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우석진 명지대 교수 유한욱 한림대 교수 이명헌 인천대 교수 이우진 고려대 교수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정성훈 한국지방세연구원장 정세은 충남대 교수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 허석균 중앙대 교수 홍석철 서울대 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황성현 인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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