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조사 등 최근 논란에 휩싸인 국가소득통계와 분배지표 등을 두고 3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통계청이 23일 발표할 계획인 올해 2분기 가계동향조사는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까.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5.95배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고, 하위 20%의 소득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8%포인트나 줄었다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는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었다. 조사 자체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고, 폐지가 예정됐던 조사를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확인하려고 정부·여당이 부활시켰다가 제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이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급기야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질되기에 이르렀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청와대에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검토’ 보고서를 내 조사의 부정확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호되게 홍역을 치른 통계청은 이전 조사와 표본이 달라진 점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앞으로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이런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유의점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이 문제를 놓고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담을 했다. 이들은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의 효과를 검증할 수 없는 통계로 무리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가계동향조사 자체의 한계는 있지만, 이 조사가 필요한 영역이 있으므로 조사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예산을 늘려서라도 국가통계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좌담은 3일 오전 서울 공덕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진행됐다.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란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구 소득과 분배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국가통계다. 가계동향조사는 조사 대상자가 매달 작성한 자료를 모아 분기별로 발표하는데, 표본에서 고소득층이 많이 빠져 있고 검증이 어려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2016년 기준소득부터 공식 소득분배지표를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하고, 올해부터는 가계동향조사를 폐지하기로 했었다. 면접조사로 진행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통계청이 한국은행·금융감독원과 함께 1년에 한차례씩 발표한다. 자산과 부채까지 파악할 수 있지만, 정책 효과와 경제 상황을 시의성 있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1분기 가계동향조사의 후폭풍이 거셌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도 가계동향조사의 원자료를 가공한 것이라 ‘통계 짜맞추기’ 비판을 받았다.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나?
우석진(이하 우) 가계동향조사는 조사 대상자가 소득을 스스로 적어 내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 한계가 있는 조사에 근거해 최저임금이라는 중요한 정책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문 대통령 메시지는 ‘지금은 약간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세상으로 가자는 거니까 (최저임금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어려움을 뚫고 가보자’는 정도만 나왔어도 됐다. 그런데 ‘90%’라는 숫자가 나오니까 그 근거가 뭔지 사람들이 궁금해진 거다. 홍장표 수석이 일요일에 간담회를 자청해 그 숫자를 설명한 건데, (원자료에서 자영업자 등은 제외하고 임금근로자만 추려 나온 숫자라)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제수석실에서 기자들한테 설명을 자처할 정도로 시급한 문제가 아니었다. 정치적인 수사로 지향점을 다시 이야기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는데, 부정확한 숫자로 불필요한 설명을 한 게 패착이었다.
성명재(이하 성) 가계동향조사는 최저임금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가 아니다. 엑스레이 한번 찍었다고 시티(CT) 찍은 것처럼 자세히 알 수 있나. 이걸 참고해 내부적으로 자료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그런 발표를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특히 이 조사는 표본과 조사 방식 등이 2017년과 2018년에 완전히 바뀌어서 공식적인 통계로 보는 데도 문제가 있다. 이런 게 달라지면 같은 방식으로 물어도 답이 다르고 오차도 크다. 그래서 결과가 안정화될 때까지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는 잘 안 쓰는데, 기존 조사를 그냥 끝내버리고 유예기간도 없이 사용했다. 그게 적절한 방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가 일시적 현상인 분기별 결과를, 구조적인 의미로 해석한 것도 문제다. 연간소득은 일정해도 특정 분기나 달에는 나쁠 수 있다. 한철 장사로 소득을 얻는 사람이 있고, 1년 내내 고른 사람도 있고, 산업 특성이나 업종별로 계절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다. 지정학적 원인, 국제 환경 등도 변수다. 그건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문제라 구조적인 문제로 보면 안 된다.
강신욱(이하 강)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진 건, 2018년에 예외적으로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의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순기능이냐 역기능이냐를 놓고 대답을 찾는 과정에서 이런 수치가 생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계동향조사가 최저임금이 분배에 미친 성과를 볼 수 있는 자료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이 자료로는 그 효과를 알 수가 없다. 억측만 나올 뿐이고, 그 억측에 근거해 비난이 쏟아졌다.
사실은 최저임금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분배정책, 재분배정책의 변화가 있다면 그 효과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국가소득통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자료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걸 만들 생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1분위 가구의 소득이 8%포인트나 급감한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우 모든 데이터가 나온 다음에 정책을 펼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논리를 세우고 나면 일부는 그 결과로 어떤 경제지표가 변할지 예상하면서 진행하고, 일부는 믿음을 갖고 진행한다. 최저임금도, 올리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실업하고, 생산성 높은 사람은 고용이 유지되면서 임금이 오른다는 기초적인 예측이 교과서에 나와 있다. 현실의 몇 가지 지표를 보니 그와 비슷하게 나타난 건데, 중요한 건 그걸 반영한 정책을 만드는 거다. 그런데 잘 반영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와 민주노총은 안 들어오는데 한국노총과 공익위원만 시한이 얼마 안 남았다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밀어붙인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성 이번 가계동향조사 표본의 3분의 1은 새로 들어온 사람, 3분의 2는 2년차인 사람이다. 통상, 면접원과 안면을 텄을 때와 그러지 않을 때는 답이 다르다. 저소득층의 경우 처음엔 체면 때문에 소득을 올려서 답하지만 친분관계가 형성되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여겨 솔직하게 답한다. 반대로 고소득층은 처음엔 세무조사를 걱정해 소득을 줄이지만 나중엔 그렇지 않다. 표본을 매번 교체하면 (이런 경향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가 체계적으로 나오지만, 유지하는 경우엔 다르다. 그래서 보통은 (체계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온) 데이터는 탈락시키고(데이터 클리닝) 가중치만 갖고 오는데 가계동향조사에서는 그런 여과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강 2분기 발표 때도 똑같은 문제가 담긴 데이터가 나올 거라 걱정이다. 얼마나 정확한 정보냐, 해석의 가능성을 두고 발표하느냐가 중요하다.
―연구자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폐지하려던 걸, 정부·여당이 부활시켰다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맞이했다는 풀이도 나오는데.
우 없애려던 조사를 다시 하게 됐으니, 준비가 소홀했던 측면이 있지 않았겠나. 그보다 중요한 건 검증이 안 되는 가계동향조사에 보정자료를 결합해 보정지표를 만드는 거다.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근로장려세제, 일자리안정자금 등의 효과를 분석하려면 정책 형성 단계부터 그 고민을 같이 해야 한다. 가계동향조사에 행정자료나 설문조사 등과 결합해서 보면 훨씬 좋을 것 같다.
성 행정자료는 노동시장 안에 존재하는 사람의 자료만 있기 때문에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특정한 목적으로 만드는 최소한의 정보라는 한계도 있다.
강 가계동향조사를 없앴다가 살린 과정에는, 국가가 생산하는 지니계수 같은 불평등 지표가 두가지로 나오는데 뭐가 진짜냐는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있었다. 이건 통계에 무지하거나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비판이다. 조사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가계동향조사에 근거하느냐, 가계금융복지조사에 근거하느냐에 따라 지표는 다르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통계청이 이런 점을 설명하지 않고 하나를 없애겠다고 한 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가계동향조사를 없애면 분기별 자료도, 지출 관련 정보도 알 수가 없다. 이걸 없애려면 기존 데이터의 수요를 충족시킬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뒤늦게 되살렸지만, 없애려던 걸 한시적으로 살리려다 보니 조사가 완성된 형태가 아니다. 모든 정책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데이터 확보와 유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성 하나의 조사로 모든 걸 다 알 순 없다.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볼 수 있는 게 각각 다르다. 가계동향조사는 한달 동안 가계부를 쓰게 해 분기별로 발표하고,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일회성 면접 방식에 연도별 조사라 지향점도 내용도 다르다. 분기별 발표에서 지니계수가 0.4라고 해도 다음 분기엔 어떻게 될지 모르므로, 이에 근거한 연간 지니계수는 알 수가 없다. 연도별 조사는 1년의 전체적인 결과는 알 수 있지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건, 같은 병원이니 내과와 외과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것과 같다.
우 소득이 결과 지표라 와이(Y)라면, 정책은 엑스(X)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정확한 와이가 많고, 가계동향조사는 와이는 듬성듬성해도 엑스가 많다. 조사 결과만 보면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득이 늘거나 이자부담이 늘었다는 결과는 알 수 있어도, 왜 그렇게 된 건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가계동향조사가 필요한 건 이유와 결과를 동시에 측정하기 때문에, 다소나마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학(statistics)이라는 단어가 국가(state)에서 파생된 건, 국가를 잘 운영하려면 정보를 잘 파악해야 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을 하려면 중간지표인 소득분배지표부터 다양한 관점으로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에 기초한 통계로 정보를 수집하고, 불평등 지표를 해석하고, 그게 성장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평가하는 징검다리 확보 차원에서 조사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조사를 하느냐 마느냐 혼선이 있었다고 해도, 표본을 이렇게 대폭으로 교체한 것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강 5년 단위로 센서스(인구주택총조사)를 하기 때문에, 그 변화에 맞춰 표본이나 가중치를 바꾸는 건 매번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2년 사이에 조사방식 등에 큰 변화가 있어 데이터가 불안정한 문제와 중첩돼 더 논란이 됐다. 통계청은 바뀐 표본에 2015년도 센서스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가구주 연령 구조를 보면 그것과도 차이가 있다.
성 청와대에서 설명한 것처럼, 분배지표가 나빠진 데는 고령화 효과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건 경기변동처럼 한꺼번에 확 변하는 게 아니다. 가계동향조사는 도시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라고 강조하는데, 도시근로자는 시계열적으로 같은 집단이 아니다. 실업은 소득 하위층에서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 이들이 조사대상에서 탈락해 오히려 분배지표는 더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우 모든 조사엔 시계열적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년 전, 10년 전과 지금 사는 물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바뀐 기준으로 과거 조사를 다시 보정해준다. 가계동향조사도 표본을 바꿨어도 가중치만 충실히 계산했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거다. 그런데 통계청과 연구자들, 청와대 사이에 가중치 합의가 잘 안 된 것 같다. (새로 추가된 표본에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다고 하는데) 작년에도 조사한 사람의 소득은 늘고, 새로 들어온 사람의 소득은 낮게 나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가중치가 제대로 계산 안됐거나, 제공 안됐거나, 서로 못 믿었거나 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강 새로 들어온 표본에 저소득층이 많았다는 건 정확한 전달이 아니다. ‘가계동향조사 검토’ 보고서에서 지적한 핵심은 추가한 표본에 1인 가구, 고령가구가 많았다는 거다. 이 집단이 들어와서 이전보다 저소득층이 늘어난 효과는 있을 수 있다. 가중치를 통해 사후적으로 데이터의 완결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인데, 이번 표본은 가중치를 적용해봐도 센서스에 나타난 인구 구성에 비해 고령층이나 1인 가구가 과다했다. 가중치를 통계청이 공개한 것 말고 다른 걸 써보자는 건, 연구자들은 할 수 있어도 청와대나 정부기관에서는 그럴 수 없다. 관련 정책 당국이 합의해서 쓰면 그 자체가 논란이 된다. 국책연구기관도 다른 가중치를 적용하진 않았다.
성 통계청 보도자료를 보면, 가중치를 센서스대로 줘도 소득분배 지표는 나빠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가중치에 대한 불신이 있다. 의도적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된 쪽으로 표본을 구성한 것 아니냐, 가중치도 불안정하게 적용한 것 아니냐. 그래서 실제로 소득이 악화되지 않았는데 결과만 그렇게 나온 거 아니냐 하는 불신 말이다.
강 그렇진 않다. 장기적으로 분배가 나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사실이 뭔지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므로 (지표가 그렇게 나온 게) 데이터 문제인지, 경기 변화룰 반영한 건지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데이터 일부에 문제 있으므로 개선해야 되지만, 재분배 정책 확대는 그것대로 가야 된다.
성 같은 데이터를 써도 클리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지니계수는 낮아졌다. 2인 이상 가구가 대상이어서 그랬다. 그런데 1인 이상 가구로 보면 지니계수는 더 나빠졌다. 상대적으로 경제 상황이 안 좋은 1인 단독가구, 노인, 이혼가구를 제외하고 보면 지니계수는 좋아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이번에도 가중치를 어떻게 줬는지 그건 통계청만 아는 거다.
우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조사 결과를 만들었다기보단, 결과적으로 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게 맞는 해석인 것 같다. 지표가 과거보다 나빠 보일 수 있지만, 이건 (조사를) 제대로 해보려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닌가. 투명하게 보이는 게 이번 정부의 취지고,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이 좋다고 본다. 내년까지 지켜보면 (경제 상황의) 큰 그림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통계가 정치적인 압박으로 흔들린다는 논란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이런 부침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통계를 만들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성 통계청이 공식 통계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확하게 조사하고 공개해서 정부와 학계 등이 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사 응답률도 높여야 된다. 지금은 면접원의 부담이 크다. 조사하는 사람의 업무량과 지위,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한다. 센서스 할 때 공익광고 내보내는 것처럼 가계동향조사도 광고를 통해 홍보를 해야 한다. 그래야 조사 대상자들이 ‘아, 그거’ 하면서 쉽게 조사에 응할 수 있다.
우 정부마다 색깔이 있어서, 정책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통계청이 만들어야 되는 측면은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불평등을 핵심으로 본다면, 통계청은 소득분배든 빈곤이든 불평등에 관련된 다양한 지표를 생산해야 그걸 중심으로 풍부한 논의를 할 수 있다. 지표와 자료는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되, 가독성이 높게 공급돼야 한다. 조사의 신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지표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전문가 집단에서 그걸 검증할 수 있다. 세금 내고 만드는 통계이므로, 많이 활용되도록 무료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책엔 믿음에 기반한 것, 증거에 기반한 것이 있다. 처음엔 믿음에 기반한 정책이 중요하지만 그게 진행되면 얼마나 효과가 있느냐, 효율적이냐를 봐야 한다. 그러려면 증거가 필요하고 통계청이 그걸 내놔야 한다. 지금까지는 믿음에 기반한 정책만 했을 뿐, 정책 평가와 관련한 정보는 별로 없었다. 좀 더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통계청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강 좋은 통계를 생산하는 덴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더 많은 걸 공개해 더 많은 사람이 쓰고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면 품질은 개선된다. 정부에선 제한된 망 안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까지 포함해 공개 범위를 넓혔다고 하지만, 그건 산꼭대기에 물건 갖다 놨으니 가져다 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접근 가능성이 낮다.
또 하나의 방법은 돈이다. 통계청에 돈을 배정하는 데 관여하는 예산부처와 국회의 통계 이해도가 낮다. 누가 정부의 주인이 되더라도 국가통계는 쓰는 거다. 좋은 통계를 장기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건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과 직결된다. 통계청이 가계소득통계를 개편하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게 얼마나 중요한 자료인지를 다시 검토하면 좋겠다.
진행·정리 조혜정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 수석연구원
z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