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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상위 재벌의 ‘경제력 집중’ 개선되지 않았다

등록 2018-08-29 15:30수정 2018-08-29 20:36

경제개혁연구소, 국내 500대 기업 매출액 분석
5대 재벌 비중 10년 동안 33.9%→39.3% 상승
500대 기업 매출 GDP의 118%…미국의 2배
재벌 의존 성장전략, 양극화·경제력 집중 심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필요성 뒷받침
지료:경제개혁연구소(※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에서 5대 재벌과 20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0%와 60%에 육박하는 등 상위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29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한국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동태적 변화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인 2017년까지 20년을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500대 기업의 총 매출 가운데 5대 재벌 소속 계열사의 비중이 2007년 33.9%에서 2017년 39.3%로, 20대 재벌 계열사 비중은 51.9%에서 59.7%로 각각 높아졌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위 재벌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최근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과거 재벌 의존 성장전략으로 회귀하는 것은 양극화 심화와 경제력 집중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상위 500대 기업의 매출액 규모는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18.06%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500대 기업의 지난해 매출이 국내총생산의 62.7%인 것에 비하면 2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상위 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선진국에 비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 연구위원은 “다만, 500대 기업의 매출 규모가 2007년 이전에는 국내총생산 규모보다 작았으나, 이후 급증하여 2008년 141.4%까지 상승한 뒤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500대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는 1998년 107만3천명에서 2017년 155만3천명으로 48만명이 늘어나, 연평균(단순) 2.03%의 증가율을 보였다. 2000년 상위 500대 기업 중에서 2017년에도 여전히 500위 안에 생존한 기업은 265개(53%)로 절반 가량이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500대 기업 가운데 2000년 이후 신설기업은 175개(35%)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산 5조원 이상 재벌 계열사 90개, 국민은행 등 금융그룹회사 15개, 한국전력 등 공기업 관계회사 7개를 제외하면, 비재벌회사는 62개사(35.6%)로 세 곳 중 하나 꼴에 그쳤다. 보고서는 “비재벌 신설회사 가운데 회사분할로 만들어진 것을 제외한 순수 신설회사 38개 중 외국계(합작 포함)를 제외한 국내 토종 비재벌 신설회사는 24개에 불과하고 매출 순위도 중하위”라며 “국내 일반기업이 재벌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성장의 특징은 여전히 재벌그룹이 주도하는 패턴인 것으로 확인된다”면서 “특히 2000년 이후 신설된 대기업 가운데 비재벌회사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재벌 주도 경제구조가 새로운 대기업의 출현을 막고 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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