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카카오의 투자 계열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국내 첫 의료 데이터 활용 전문업체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정부·국회가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대기업이 빠르게 발을 들여놓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국내는 의료 빅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갖춰지지 않았고,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안 된 상황이어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설립 계약을 맺었다. 합작법인은 현대중공업지주와 카카오인베트스트먼트가 50억원씩 출자해 총 10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한다.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의 플랫폼을 통해서는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임상시험 정보, 예약 기록, 의료기기 가동률 등의 정보가 비식별화(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로 가공)한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중소형 의료기관이나 희귀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회사, 인공지능(AI) 기술을 확보하고도 데이터를 구하지 못해 인공지능 학습을 못 시키고 있는 스타트업 등을 잠재 고객으로 꼽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의료 빅데이터 시장이 2023년 56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6.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현대중공업지주·서울아산병원 경영진이 2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료 데이터 전문 합작법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가칭) 설립 계약을 맺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종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 김성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부문장, 박지환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뒷줄 왼쪽서 세번째부터 이상도 서울아산병원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카카오 제공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정보’에 꼽히는 건강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빅데이터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출범시킨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심의위원회’ 자료를 보면, “보건의료 빅데이터 보호 및 안전한 활용을 위한 법령 미비”를 이유로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결론 나 있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위원장은 “(심의위에서) 개인 건강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조심스럽게 접근하자는 차원에서 시범사업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진행하기로 했는데, 민간 병원과 민간 기업이 치고 나온 모양새라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의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환자들의 정보 활용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은 사실이 한건이라도 발견되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지주·아산병원·카카오는 이런 지적과 관련해 한목소리로 “사업 초기 단계라서 아직 데이터를 주고받는 절차, 방법이나 수익모델에 대해 구체화한 게 없다. (데이터 관련) 규제가 바뀌면 사업모델이 더 넓어질 수는 있을 것이나, 언제든 현행 법령에 허락된 범위 안에서 사업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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