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업계 1위업체인 하림이 닭사육 농가를 상대로 꼼수를 부려 닭 매입가격을 낮추는 수법으로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하림이 닭 사육농가에 지급하는 생계 매입가격(닭값)을 산정하면서 계약내용과 달리 출하량 대비 사료값이 많이 들어가는 농가를 고의로 누락시켜 생계가격을 낮게 산정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 중 불이익 제공(불공정거래행위) 혐의로 과징금 7억98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을의 위치에 있는 닭사육 농가를 위해 닭고기 생산업체의 닭 매입가격 관련 불공정행위를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하림은 2016년 기준 매출액이 8221억원에 달하는 국내 1위 닭고기 생산업체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림은 2015~2017년 3년간 닭 사육 농가들에 지급할 생계대금을 산정하면서 출하량에 비해 사료가 많이 필요한 사고 농가, 출하실적이 있는 재해농가를 누락해서 생계 가격을 낮게 책정해 농가에 불이익을 줬다. 하림은 농가에 병아리·사료를 외상으로 주고 사육된 생계를 전량 사들인 뒤 생계 대금에서 외상대금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생계대금은 일정기간 동안 출하한 모든 농가의 평균치를 근거로 사후 산정하는데 약품비, 사료원가, 병아리원가 등이 반영된다. 따라서 출하량에 비해 사료가 많이 들어가면 생계대금이 높아지고, 하림의 농가 지급액도 늘어난다.
공정위는 “하림은 550여개 농가로부터 3년간 총 9010 차례에 걸쳐 닭을 공급받았는데 32.3%인 2914건이 부당하게 낮은 생계가격을 적용받았다”면서 “중대한 법위반 행위로 보아 관련 매출액 530억원의 1.5%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밝혔다. 법상 불공정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2%인데, 공정위가 그동안 1% 안팎의 과징금을 부과해 온 점을 감안하면 엄중한 제재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닭사육 농가들이 하림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입은 피해액은 정확히 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닭사육 농가들이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배상받으려면 피해액 산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정위의 조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양계협회가 사육농가의 피해사실을 공정위에 신고해 조사가 이뤄졌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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