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들이 지난해 납품업체들로부터 받는 판매수수료율을 소폭 내리는 대신 인테리어비·판촉비 등의 추가비용을 더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질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잇달아 상생경영 실천을 다짐했지만 말로만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위원장 김상조)는 27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17년도 백화점·텔레비전홈쇼핑·대형마트·온라인몰 등 유통업체별 판매수수료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판매수수료는 납품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에 입점 또는 납품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돈이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7개 백화점의 실질수수료율(상품매출액 대비 판매수수료 비중)은 지난해 평균 21.6%로, 2016년의 22%에 비해 0.4%포인트 내렸다. 반면 납품업체가 판매수수료 외에 부담하는 인테리어비·판촉비·광고비 등 각종 추가비용은 매장당 5430만원으로, 2016년의 5280만원보다 2.8%(150만원) 올랐다. 전체 백화점 납품업체 1만5998개가 부담한 추가비용 증가액은 240억원으로, 실질수수료율로 환산하면 0.3%포인트 수준이다. 백화점의 추가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수수료율 인하 효과는 사라지는 셈이다. 백화점 중에서 실질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업체는 현대로 23%에 달했다. 현대백화점의 실질수수료율은 2016년에 비해 2%포인트가 올라 상승폭도 가장 컸다.
이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러차례 중소 납품업체와의 상생협력을 강조한 것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화점·텔레비전홈쇼핑 등 6개 유통분야 사업자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11월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만나, 중소 납품업체와의 상생협력 실천방안을 발표했다. 또 올해 5월에도 백화점·대형마트 등 14개 유통분야 대기업 대표들이 김 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상생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중소 납품업체들은 실제 체감하는 판매수수료율이 30%를 넘는다며, 공정위 발표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명 백화점에 구두 등을 납품하는 김아무개(57) 중소기업 대표는 “백화점의 주요 품목인 의류·잡화(구두)의 판매수수료는 33~37%로, 공정위가 발표한 평균치(21.6%)와 너무 차이가 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품목별로 수수료 차이가 큰데다, 백화점의 할인행사 비중이 높아지고, 중소 납품업체와 대기업 납품업체(해외명품 포함) 간의 수수료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할인행사를 할 경우 판매수수료율을 3%포인트 정도 내려준다. 이 때문에 백화점 할인행사가 잦을수록 평균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중소 납품업체들은 지나친 할인부담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또 백화점의 경우 중소 납품업체가 내는 판매수수료율이 23.1%로, 대기업 납품업체의 21.4%보다 1.7%포인트 높다. 김 대표는 “대기업이 납품하는 전자제품은 수수료율이 한자리에 그치고, 해외명품은 아예 수수료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문재호 유통거래과장은 “판매수수료율 공개 확대 등 중소업체들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펴고 있지만, 정부가 임의로 수수료율을 낮출 수는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 “중소업체의 판로 확대 등 시장친화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태별 평균 실질수수료율은 텔레비전홈쇼핑 29.8%, 대형마트(오프라인) 21.7%, 백화점 21.6%, 온라인몰 10.9%의 순서였다. 유통업태별로 평균 실질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업체는 동아백화점 23%, 씨제이오 32.1%, 이마트(오프라인) 22.2%, 티몬 12.2%이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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