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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단독] BHC ‘을의 단합’, 닭값인하 등 상생약속 받아냈다

등록 2018-10-07 14:36수정 2018-10-07 16:37

가맹본부, 닭고기 공급가 인하 등 상생협약 약속
월 1회 대화 정례화·수시 설명회 등 소통강화도
보복 논란 가맹점 협의회 간부 계약해지도 철회
5월 설립 협의회 4개월간 끈질긴 개선요구 결실
전해철 의원 국정감사 계기 상생 유도도 주효
튀김용 기름 2만원 인하 등 추가 개선과제 변수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갑질 논란이 제기됐던 치킨 가맹본부 비에이치씨(BHC)가 가맹점주의 개선 요청을 받아들여 닭고기 공급가격 인하 등이 담긴 상생협약을 맺겠다고 약속했다. 가맹점주들이 권익보호를 위해 만든 단체가 가맹본부로부터 상생 약속을 받아낸 것은 드문 사례로, 지난 5월말 설립된 비에이치씨 가맹점협의회(이하 협의회)가 4개월여동안 단합된 목소리를 낸 것이 결실을 본 셈이다. 협의회에는 1400명의 가맹점주 중에서 1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7일 비에이치씨 가맹본부(대표 임금옥)가 더불어민주당의 전해철 의원에 보낸 ‘상생협약 관련 본사 입장’을 보면, 가맹본부는 “그동안 가맹점협의회와의 의사소통이 부족한 것을 반성하며 가맹점과 최선을 다해 소통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가맹본부는 또 “협의회가 요구하는 주요 개선사항에 대해 협의한 뒤 상생협약을 체결하겠다”면서 “협의회와 (닭고기) 신선육 가격인하를 포함한 상생방안을 성실히 논의해 가맹점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협의회(대표 진정호·울산 옥동점)는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2015년 10월부터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고기에 붙여서 마리당 400원의 광고비를 받았고, 2017년 1월부터는 형식상 광고비를 없애는 대신 닭고기 가격을 400원 인상하는 편법을 동원했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가맹본부가 올해 9월말까지 3년간 받아간 총 광고비(닭값 인상분 포함)는 1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가맹본부는 이에 대해 2015년 10월부터 2016년 말까지 받은 광고비의 절반은 닭고기 공급가격 인하(마리당 200원)에 대한 대가이고, 2017년 이후에는 광고비를 별도로 받은 바 없다며 맞서왔으나 태도를 바꾸었다.

치킨 가맹본부 비에이치씨(BHC)가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에게 보내온 가맹점주들과의 상생협력 약속

가맹본부는 또 협의회와의 의사소통 강화를 위해 매월 첫째주 월요일 정례적으로 대화를 갖고, 이슈가 발생하면 별도 설명회를 수시로 열겠다고 약속했다. 가맹본부는 17일 가맹점이 요구하는 광고비 개선 관련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전해철 의원실은 “가맹본부가 가맹점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은 울산 천곡점(대표 임정택)에 대해 계약해지 방침을 통보해 보복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잘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가맹본부는 천곡점에 대해 가맹사업법상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방침을 통보했다. 하지만 협의회는 그동안 가맹본부가 계약기간이 10년을 넘었더라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계약을 연장해왔다며 보복 의혹을 제기해 법원에서 소송 중이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 단체의 구성·가입·활동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하고 있다.

비에이치씨 가맹본부의 상생약속을 끌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전해철 의원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맹본부가 과도하게 이윤을 취하는 부분을 개선한다면 가맹점주의 어려움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비에이치씨 가맹본부의 상생경영이 앞으로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에이치씨의 박현종 회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진정호 협의회 회장은 이에 대해 “가맹본부가 그동안 상생경영 요청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국정감사를 앞두고 태도를 바꾼 것은 진정성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8일 협의회의 상생협약안을 가맹본부에 정식 전달하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협의회의 상생협약안은 가맹본부가 밝힌 상생협약 내용과 차이가 커서 진통이 예상된다. 협의회는 부당하게 광고비를 전가한 닭고기 가격 400원 인하와 함께 201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받아간 광고비 전액 반환, 가맹본부 마진율이 100%를 넘는 튀김용 기름 가격 통당 2만원 이상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또 가맹본부에서 공급하는 소스·파우더 가격 10% 이상 인하, 가맹점이 비필수품목을 자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협동조합 인정, 10년차 이상 매장의 지속적인 운영권 보장, 대표성이 없는 가맹점주가 참여하는 마케팅위원회 개선 등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공정위는 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9월초부터 비에이치씨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해 광고비 부과 관련 가맹사업법 위반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도 협의회가 고소한 가맹본부의 광고비 횡령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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