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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깊고, 넓고, 오래가는 변화’ 혁신의 얼굴을 바꿔가는 이들

등록 2018-10-25 16:59수정 2018-10-25 22:04

【2018 아시아미래포럼 특집】10월31일 세션6
전환시대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

서울시-서울연구원 ‘위체인지’ 포럼
청년-도시농업-공유경제 등
다양한 영역 도전자 100여명 참가

성공 사례 넘어 고민-난관도 공유
“활력 붇돋워 장기적 동력 갖추게”
공공성 뒷받침할 방안 찾기 나서
지난 12일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위체인지(We Change)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박은경 연구원
지난 12일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위체인지(We Change)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박은경 연구원

‘혁신’‘, ‘변화’ 오래된 것을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낸다는 뜻의 단어다. 그 자체로 신선함이 담겨있는 말인데도, 새롭지 않다. 조직, 지역, 도시, 행정, 마을… 다양한 단어를 앞에 붙여 봐도, 어쩐지 들어본 느낌이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는 뜻이지만, 넘치는 말만큼 체감하는 변화가 일어났는가 하는 질문도 나온다.

그래서일까, 사회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고 있다. 한계나 어려움, 과제는 지워지고 좋은 부분만 부각한 성공사례를 수집하거나, 화려한 행사와 새로운 건물과 조직을 만드는 표면적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공감대이다. “넓고 깊고 오래가는 변화.” 지난 12일 명동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위체인지(We Change)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에 기조 연사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이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은 지난 7월부터 ‘위체인지’ 포럼을 진행하며 청년, 도시농업, 공유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100여명을 만났다.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소유하는 삶의 방식을 거부한 이들이 모여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들며 살아가는 ‘비전화공방’,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다 “어떤 아이라도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자”며 활동 범위를 넓힌 ‘정치하는 엄마들’, 공유경제 기업 ‘스페이스 클라우드’, ‘그린카’, ‘에어비엔비’와 농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 벤처인 ‘농사펀드’ ? ‘동구밭’ 등이 그런 곳이다.

이들의 활동 모습은 다양하다. 에어비엔비처럼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지만, 조직규모나 매출이 크지 않은 경우도 많다. 본질을 지키기 위해 규모가 커지는 것을 스스로 자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는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삶을 선택한 결단,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내 본 경험이 결국은 사회를 바꿔 나가는 단단한 씨앗이라는 믿음이다. 한 사람이, 한 공동체가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뒤에 오는 사람의 다른 선택은 조금 쉬워진다. 어떤 시도가 장벽에 부딪히더라도 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혁신을 막는 걸림돌을 물 위로 드러내는 표식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험으로 증명한다. “청년허브에서 5년 전 오가던 청년들의 지금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송지현 서울시 청년허브 공공플랫폼 팀장의 말이다. “설탕 안 들어간 빵 만들겠다”는 다소 막연한 계획을 갖고 있던 청년들이 몇 년간 고군분투하더니, 현대백화점에 점포를 내게 됐다. 성교육 캠페인을 하겠다던 청년 그룹은 퀴어 페스티벌의 가장 큰 스폰서가 될 정도로 성공한 콘돔회사가 됐다. 당장 창업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다고 판단했다.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뭔가 해 볼 수 있는 활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고, 해결 방법을 찾는 판을 벌이면,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몸에 경험으로 축적돼 결국은 장기적 변화의 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건물주의 법적?사회적 권리와 지위가 지나치게 높다.” 공간공유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를 운영하는 정수현 대표의 말이다. 카페, 식당 등 대부분 공간에 대한 권한은 건물주에게 있다. 카페?식당 등의 공간을 필요한 시민들에게 잠시 빌려주는 공간공유 서비스를 해 보려 해도, 현행법상 이는 ‘전대’에 해당해 건물주의 허락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장사가 잘 되 보이면 임대료를 올리는 일도 있다. 그래서 구청 등 공공시설로 눈을 돌렸더니, 이번엔 과도한 행정절차가 발목을 잡았다. 2시간 회의할 공간을 빌리는데도 심사서를 써야 하는 식이다. 시장에서 해결하려니 자본이 벽이었고, 공공의 문을 두드리니 경직성이 벽이 됐다.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른 활동하는 이들의 고민은 자연스레 ‘공공성이 무엇이고, 사회가 이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 하는 큰 질문으로 모였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움직임에 사회는 어떻게 발맞춰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남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8 아시아미래포럼 2일 차인 3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열리는 세션 6 ‘전환시대 서울을 바꾸는 실험과 도전’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위체인지’ 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강오, 조경민 서울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이 좌장과 기조발제를 맡고,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조성실 공동대표, 도심형 태양광발전을 제공하는 ‘마이크로발전소’ 의 이기관 대표, 공간공유 플랫폼 ‘스페이스 클라우드’ 정수현 대표 등이 변화를 만들어온 경험을 나눈다. 안현찬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안연정 서울시청년허브 센터장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 등이 토론자로 나서 논의를 더 풍부하게 할 예정이다.

박선하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 연구원 s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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