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손안에 강력한 미디어를 가진 시대. 반면 이른바 ‘가짜뉴스’라 불리는 허위조작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 진실과 사실을 판별하는 사회적 기능을 해 온 언론이 불신을 받고, 비즈니스 모델이 허물어지는 시대. 디지털 격변기에 언론의 길이 무엇일지는 <한겨레> 같은 언론사의 관심만은 아니다.
쥘리아 카제(34) 파리정치대 교수는 포럼 첫날 점심 인문특강을 통해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이 지속할 수 있기 위한 길을 제시한다. 2015년 나와 국내에도 번역된 <미디어 구하기>란 책에서 카제 교수는 언론의 본질인 저널리즘을 살리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때라고 역설했다. 즉 17~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에서 신문이 읽힌 이래 언론의 일반적 사업모델은 광고모델이었다. 독자의 시선을 기업이 사는 것인데, 볼 거리가 넘쳐나고 좁은 화면에서 낱개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에 이 모델은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에 얹혀져 돌아가던 저널리즘이란 사회의 중요한 기능도 위협을 받는 것이다. 카제 교수는 <한겨레>와의 올 봄 인터뷰에서 “뉴스는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공공재”라며 언론산업은 이런 본질에 충실한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제 교수가 제시하는 새 모델은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와 크라우드펀딩이다. 비영리란 지향은 자본의 영속성과 뉴스의 공공성을 유지하게 하고, 주식회사 형태는 의결권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주주와 직원이 함께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제의 이런 제안은 각국의 언론 종사자 및 미디어 연구자 사이에 많은 관심을 끌었다.
카제 교수는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치경제학이나 발전경제학을 주로 연구하다 저널리즘과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남아프리카 나라들의 저발전 원인이 정보결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다고 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로 이번 포럼에 기조 연사로 참석하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부인이기도 하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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