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이강국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왼쪽부터),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경제학 교수, 리처드 월킨슨 영국 노팅엄대 사회과학 명예교수,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공공보건 역학교수가 정책대담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에 이어 진행된 정책대담에서는 불평등의 해소책에 초점을 맞춘 국내외 석학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경북대 명예교수)을 좌장으로,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가 질문하고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와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명예교수(사회역학), 케이트 피킷 영국 요크대 교수(공공보건역학)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술 진보나 세계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는 이 교수의 지적에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은 기술 진보 등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고 복합적이다. 일본, 미국, 스웨덴 등 모든 나라가 세계화를 겪고 있지만 나라마다 불평등 심화 수준은 다른데, 이는 뭔가 다른 요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난 그게 이념, 정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누진세제뿐만 아니라 교육과 기업의 책임 부분 등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평등이라고 하면) ‘기회의 평등’을 중시한다’는 지적에 윌킨슨 교수는 ‘성취도에서 별 차이가 없었던 아이들이 서로가 속한 카스트(계급)를 알게 된 뒤 상위계급과 하위계급의 성취도에 차이가 생겼다’는 인도에서의 한 실험 결과를 인용하며, “다른 집단보다 우월하다, 열등하다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 불평등은 야기된다. 평등한 기회가 주어져도 하위계급 사람들은 여전히 불평등의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케이트 피킷 교수는 “교육제도를 통해 불평등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한국도 교육 달성도는 높은데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피케티 교수는 “스웨덴, 독일 등 여러 유럽 국가가 근로자 대표에게 (이사회에서) 투표권을 주고 있는데, 영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미래를 위해서라면 (근로자 경영 참여를)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킨슨 교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 이익을 대변(하기에 고액 급여를 받아야)한다고 하는데, 이를 그냥 수용하면 안 된다. 미국 최고경영자 300여명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최고경영자들 보수가 중위값 이상일 때 주주들의 이익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우 이사장은 “독일을 방문해 튀센크루프라는 세계적 대기업의 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근로자 대표와) 공동결정 제도에 애로가 없는지 물었더니 ‘시간은 더 걸리지만 기업 경영을 개선시킨다’고 답하더라”며 “경제민주주의의 도입은 근본적, 정치적 지형 변동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