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오는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정부 ‘관리물가’가 통화정책의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각종 복지정책 시행으로 ‘관리물가’가 전체 물가지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올 들어 갈수록 커지면서, 금리 조정을 위한 제1의 판단 지표인 소비자물가·근원물가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때 관리물가 제외지수와 전체 물가지수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견해 차이가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금통위가 지난달 18일에 연 제19차 회의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다수는 “관리물가 등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 결정을 위한) 향후 물가 전망치에서 관리물가 요인은 제외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관리물가’ 품목은 460개 전체 소비자물가 조사대상 품목 가운데 40개로, 전기·수도·가스 등은 물론 민간이 공급하고 정부가 복지정책으로 재정보조금을 지원하는 무상급식 등 교육비·보육비·의료비 등이 포함된다. 올들어 대학교 입학금 폐지, 지방자치단체의 고교 무상급식 확대, 건강보험 수혜 대상 확대 등으로 가계의 생계비 부담이 줄면서 관리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리는 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한은은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저물가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5%에서 올해 1.2%로 낮아졌다며 “이는 수요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정부의 교육·의료 등 복지정책 강화로 공공서비스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지는 등 ‘특이요인’의 영향이 커진 데 상당폭 기인한다”고 밝혔다.
조동철 금통위원은 지난 7일 “최근 금통위원들 사이에, 기조적 물가 흐름 판단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하는 것이 적절한지 아니면 포함해서 보는 게 맞는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원 금통위원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시적·불규칙적 요인으로 생각했던 것들이 장기화되기도 하고, 오래 지속돼 구조적 요인으로 정착되기도 한다. 최근에 (통화당국 안팎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는 관리물가 처리문제도 이와 관련된 이슈”라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에서 관리물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품목별 가중치 반영 기준)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 였는데, 관리품목을 제외하면 상승률이 1.9%로 올라간다. 관리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0.5%포인트 떨어뜨린 셈이다. 일부 금통위원은 “1%대 중후반대인 최근의 낮은 소비자물가는 관리물가의 지속적 하락세에 주로 기인한다”며 “관리품목을 빼고 본 소비자물가는 올해 초부터 이미 중앙은행 물가목표치(2%)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에너지 물가를 뺀 근원물가(1% 초반대) 역시 관리물가를 제외하고 나면 1% 중반대로 높아진다. 관리물가를 빼고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를 본다면, 현재 물가 상황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예전에는 관리물가가 크게 대두하지 않았는데 이번 정부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무상급식 확대 등 각종 교육·복지정책이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관리물가가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는 주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물가 판단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계완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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