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사이드]
보수 “실패한 개혁 강행 의도” 맹공격
진보 “개혁 정책 포기 인사” 비판 가세
부동산 정책 실패·집값 급등 공격 근거
김수현 급속 개혁 대신 점진 개혁 추구
김상조 위원장의 ‘진화적 개혁론’ 유사
개혁 속도·강도 1기보다 강하지 않을듯
보수 “실패한 개혁 강행 의도” 맹공격
진보 “개혁 정책 포기 인사” 비판 가세
부동산 정책 실패·집값 급등 공격 근거
김수현 급속 개혁 대신 점진 개혁 추구
김상조 위원장의 ‘진화적 개혁론’ 유사
개혁 속도·강도 1기보다 강하지 않을듯
“실패한 개혁 강행”과 “개혁 포기”.
문재인 대통령이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정관으로 ‘2기 경제팀’을 새롭게 꾸린 뒤 각각 보수와 진보 쪽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김앤홍’(김수현과 홍남기)은 왜 개혁 강행과 포기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으며, 보수와 진보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까?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인사 발표 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공격했다. 바른미래당도 “브레이크 없는 소득주도성장의 폭주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보수언론은 “정책이 안 바뀌면 교체 의미는 없다”고 맹공했다. 보수진영이 진작부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를 주장해온 점에서 이런 비판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인사 브리핑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지속적인 추진과,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이루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할 것”이라며 기존 정책 고수 입장을 분명히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진보진영의 반응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논평에서 “국민은 잘못된 경제구조를 개혁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단기적인 처방과 재정정책에 몰두해왔다”며 “관리형 관료 출신인 홍남기 내정자와, 경제 전문가가 아닌 부동산 전문가로 부동산 가격폭등의 주역인 김수현 정책실장으로 이뤄진 새 경제팀은 경제개혁 정책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김수현 정책실장 내정설이 나올 때부터 “정책실의 핵심업무가 경제인데,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아 경제를 모르는 사람은 곤란하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 명예교수는 정책실장을 꼭 경제학자가 맡으란 법은 없지 않느냐는 <한겨레>의 질문에 “(김수현 정책실장이) 보수화(내지 개혁성이 후퇴)했다”고 속내를 밝혔다. 상당수 개혁진보진영 학자들은 김수현 정책실장이 사회수석 시절 관장했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근거로 이런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현 정부는 지난 8월까지 8차례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한번도 양극화의 근원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적이 없다. 부동산 보유세를 찔끔 올려 ‘부동산 공화국’을 건드릴 생각이 없다는 위험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 집값 급등을 자초했고, 9·13 후속대책도 토지는 손 안대고 종부세만 일부 강화하는 핀셋 증세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른바 ‘참여정부 종부세 실패론’이라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세뇌된 것 같다”면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후퇴한 것을 투기꾼은 이미 다 알기 때문에 투기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강조하고, 보수는 이미 실패했으니 폐기하라고 주장하지만, 모두 틀렸다”면서 “지난 1년 반동안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제대로 추진한 적이 없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 쪽은 개혁진보진영의 비판에 대해 ‘개혁 방법론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 정책실장의 한 지인은 “김 실장이 평소 ‘참여정부 시절 개혁이 실패한 것은 사회를 급속히 진보시키려다가 강한 반발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반보씩 나아가서 성공한 개혁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김 정책실장이 ‘이념적 지향을 1(극좌)부터 10(극우)까지 나눴을 때 1~2에서 보면 4도 보수나 변절자로 보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김 정책실장은 이런 논란 속에서 정책실장을 맡는 것에 대해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얘기를 담아 쓴 <문재인의 운명>을 빗댄 표현으로 보인다.
김수현 정책실장의 점진적·단계적 개혁론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개혁론과도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개혁은 혁명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7월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진보진영의 개혁 조급증과 경직성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혁진보진영은 이에 대해 현 정부와 김 위원장을 싸잡아 “개혁 후퇴” 내지 “과거 박근혜 정부로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김수현 정책실장-홍남기 경제부총리로 이뤄진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은 외형상 기존 소득주도성장(포용국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보수로부터 계속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개혁의 속도와 강도가 1기 경제팀보다 더 탄력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아 보여, 개혁진보진영의 비판으로부터도 자유로울 것 같지 않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수현 사회수석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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