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새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규제개혁과 증세 등 구조적 문제 해결과 경제 활력 회복까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합을 이룬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은 첩첩이 쌓인 난제들을 안고 출발해야 한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가 함께해서 궁극적으로 포용국가를 달성하려는 방향은 명확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하지만 투자·생산·고용 등 경제지표가 두루 부진한데다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증가 등 경제 전반의 여건은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더욱이 ‘경제 기조를 바꾸라’는 보수 쪽 공격에 더해 ‘개혁성이 퇴색했다’는 진보 쪽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한편, 이해관계자의 양보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해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에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2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문에서 ‘정책 조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 정책실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에 대한 통합적 접근법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6개월간 최저임금 인상 이외에 가계 생계비 줄이기, 사회안전망 강화 등 다른 소득주도성장 정책들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들 정책의 적극적인 추진도 필수적이다. 일단 정부는 내년부터 근로장려금(EITC)을 대폭 확대하고 기초연금, 장애인연금을 앞당겨 인상하는 등 소득주도성장이 더욱 가시화할 수 있도록 물꼬는 터놓은 상황이다.
2기 경제팀은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는 클 틀에서 유지하면서도 속도조절과 보완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김 정책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속도와 균형에 있어 염려가 있을 텐데, 경제환경이 달라지는 시점에 와 있기에 1년6개월간 진행된 정책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개혁세력 쪽에선 소득주도성장 속도조절론을 비판하며 개혁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수현 정책실장이) 보수화(내지 개혁성이 후퇴)했다. 시장으로 너무 기울었다”고 주장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관료들한테 끌려가지 않을 수 있는데, 이번 인사에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청와대와 정부가 경제지표 악화에 대한 조급증에 빠져 기업·건설 투자에 기대는 익숙한 관료주의적 경기부양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1기 경제팀이 손대지 못한 ‘사회적 대타협’도 2기 경제팀이 해결해야 한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는 “지금껏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개혁은 대증요법이었다”며 “예를 들면 비정규직이 많으니까 정규직으로 만들자, 이런 식이었다. 비정규직이 많은 구조적 환경을 어떻게 차근차근 바꿀 것인가를 모색하지 않았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최근 고용·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대책을 발표하면서, 산업구조 개편, 민간기업 투자, 규제개혁 등 핵심 쟁점을 망라했지만 당청 간, 부처 간 불협화음 탓에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를 두고 “그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고 실력이다”라고 말했다. 정책 조율과 사회적 대타협을 꾀하지 못한 1기 경제팀의 정치적 능력 부재를 고백한 셈이다.
홍 후보자는 여야정 협의체가 합의한 탄력근무제 확대를 예로 들며 사회적 대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을 포함해서 여러 분야에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사회적 대화를 하게 된다면 협치 방안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부처 장관과 노동계, 경영계, 관련 단체들 간에 사회적 대화와 ‘빅딜’에 관심을 갖고 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포용성장을 위해선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세 논의도 필요하다. 따라서 2기 경제팀은 복지사회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증세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제도 떠안아야 한다. 현재 국회가 심의 중인 내년 예산안까지는 이전 정부의 보수적 재정운용이 낳은 ‘초과세수’에 의존해 재정지출 증가율을 높여왔지만 곧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20조원 이상의 초과세수가 발생했고 이를 토대로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본예산 기준으로 9.7% 늘렸다. 증세와 관련해선 우선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산과세 형평성 강화를 핵심으로 한 조세제도 개편 권고안을 올해 안에 공개할 계획이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초과세수는 일시적인 것이지만 재정지출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것인 만큼,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논의의 필요성은 내년 이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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