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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등록 2018-11-14 08:59수정 2020-04-11 12:03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① 글 쓸 때도 사람이 먼저다

②‘대한’을 대하는 자세

‘의’와 전쟁을 선언하라

④‘빵들과 장미들’이 어색한 이유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는 미국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이 1911년에 쓴 시다. 1900년대 여성 노동자의 파업에 영감을 얻어 이 시를 썼다.

1900년 초반은 미국 자본주의가 발달하던 때였다. 1909년 “일하고 있지만 우리는 굶주리고 있다. 파업을 해서 굶어도 마찬가지다”라는 구호를 내건 뉴욕 의류 여성 노동자 파업이 있었다. 1년 뒤인 1910년에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시카고 의류 여성 노동자 파업도 벌어졌다.

묻힐 뻔했던 이 시가 세상에 다시 드러난 건, ‘로런스 파업때문이었다.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로런스 공장은 여성 노동자를 주로 고용한 섬유 생산업체였다. 노동자는 주급 9달러를 받으며 주 60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이에 주정부는 여성과 어린이의 주당 노동시간을 56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공장주는 곧바로 노동자 임금을 깎는 것으로 맞섰다. 생산에 사용하는 실과 바늘, 노동자가 앉는 의자까지 값을 물렸다. 형편없는 임금, 장시간 노동, 위험한 공장 환경 속에서 참다 못한 여성 노동자들이 실을 끊고 유리창을 깨뜨리며 노동시간 단축, 아동노동 금지, 안전한 노동조건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처음에 파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남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들은 여성 노동자와 함께할 수 없다며 외면했다. 오펜하임이 쓴 시에서도 이를 비꼬는 내용이 나온다. 시 두 번째 절 “남자를 위해서도 싸운다네다. 마지막 절 “여성이 떨쳐 일어서면 인류가 떨쳐 일어서는 것” 또한 그렇다.

실패할 듯한 이 파업은 반전을 가져온다. 여성 노동자들이 든 피켓 속 구호 “빵뿐만 아니라 장미를 원한다가 그 시작이었다. ‘은 육체를 위한 양식을, ‘장미는 정신을 위한 양식을 뜻했다. 은 생존을 위한 투쟁을, ‘장미는 존엄성을 찾고 싶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파업 투쟁은 ‘빵과 장미의 파업으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지배층은 파업이 공장주 개인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여겼다. 미 정부는 파업을 폭력적으로 짓밟았다. 주지사와 공장주는 민병대를 조직하고 인근 도시 경찰까지 불렀다. 수백 명이 체포되거나 다쳤다.

하지만 헬렌 켈러 등 지식인들이 파업 지지에 나서면서 상황은 변했다. 수백 명으로 시작한 파업은 10주가 되자 1만 명을 넘어섰다.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지지자가 늘어갔다. 미 의회가 로런스 공장의 노동환경 조사에 들어갔다. 두 달 동안 이어진 파업에서 결국 여성 노동자들은 승리했다. 노동자의 요구가 받아들어졌다. 이 투쟁은 미국 노동운동 역사상 위대한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후 빵과 장미는 여성 노동운동의 상징이 됐다.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빵과 장미가 나은 이유

포크송 가수 주디 콜린스는 오펜하임 시를 가사로 한 를 불렀다. 이 노래는 <빵과 장미>로 번역됐다. ‘빵들과 장미들’로 번역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노래 제목이어서 좀더 신경 썼을 것이다. 만약 문장으로 나왔다면 빵들과 장미들로 번역됐을지 모른다.

포크송 가수 주디 콜린스가 부른 노래 빵과 장미를 한번 들어보시길. 머리를 식혀야 하기에.(youtube.com/watch?v=HKEr5U8ERgc)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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