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
중소 화장품 브랜드업체 급성장
브랜드보다 성분 중시하는 소비
홈쇼핑 및 온라인 시장 팽창 등
유통·소비 패턴 변화 복합적 작용
중소 화장품 브랜드업체 급성장
브랜드보다 성분 중시하는 소비
홈쇼핑 및 온라인 시장 팽창 등
유통·소비 패턴 변화 복합적 작용
화장품 유통업계 구조개편
2018년 10월8일 한때 로드숍 업계 3위였던 스킨푸드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스킨푸드는 2018년 2월까지만 해도 미국 방송 에서 ‘K-뷰티 대표 브랜드’로 소개할 만큼 탄탄대로를 달렸다. 2004년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로 주목받은 뒤 미샤, 페이스샵 등과 함께 국내 3대 로드숍 업체로 꼽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샤(에이블씨엔씨)는 2018년 상반기 매출이 1683억8천만원으로 전년 상반기 1964억3900만원보다 14.3% 줄었다. 3분기에는 신규 매장 오픈과 기존 매장의 리모델링 비용, 연구개발 등 투자 확대와 맞물려, 132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토니모리는 3분기 영업손실 8억원과 당기순손실 35억원을 냈다. 잇츠스킨(잇츠한불)은 3분기 영업이익이 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다.
위기의 로드숍
스킨푸드의 법정관리에 이어 2000년대 고공성장을 해오며 ‘K-뷰티’ 열풍을 일으켰던 1세대 로드숍 브랜드 실적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위기론이 대두된다. 여기에는 CJ올리브영, 랄라블라(왓슨스), 롭스(롯데), 부츠(이마트), 시코르(신세계) 등 편집숍과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의 급격한 성장,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 조처로 내려진 한한령(한류 제한령), 온라인 유통채널 성장, 화장품시장의 침체와 내수 경쟁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위기감이 가장 크게 감지되는 곳은 로드숍이다. 2002년 미샤가 ‘3300원’ 중저가 열풍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한 뒤, 최근까지 한국만의 특화된 유통채널로 전성기를 누렸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에 로드숍이 줄지어 장악했다. 특히 ‘화장품 메카’로 불리던 명동에는 150개 매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최근 그 기세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 미샤,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등의 매장 수는 2016년 4834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4775개로 줄었다. 2018년에도 감소세가 이어져 4천여 개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 트렌드 변화
CJ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편집숍 시장은 활황이다. 1999년 1호 매장을 연 올리브영은 2018년 3분기 1100개 매장으로 몸집을 키웠다. 신은경 올리브영네트웍스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2014년 이전까지 올리브영은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며 “2014~2015년이 변곡점으로, 매출이 매년 20~30%씩 급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멀티숍이 약진한 배경으로 화장품 구매 형태의 변화가 꼽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장에서 제품을 써보고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 입소문이 온·오프라인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와 제품 평가 역시 주로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굳이 단일 브랜드만 파는 로드숍에 갈 이유가 없다. 이들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브랜드와 제품이 입점한 편집숍을 이용하는 것이 ‘똑똑한’ 쇼핑인 셈이다.
로드숍과 멀티숍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로드숍 위기’ ‘멀티숍 대세’라는 틀이 빠르게 덧씌워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이분법적 시각을 경계한다. 로드숍 위기도 아니고 멀티숍이 대세도 아니라는 것이다. 신은경 과장은 “영업 실적과 매장 수 등 수치 데이터가 아닌 화장품시장 전반에서 유통과 소비 트렌드가 변화한 것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태 에이블씨엔씨 홍보마케팅팀 과장은 “2년 전부터 문제가 된 한한령, 줄어드는 내수시장, 멀티숍 약진 등이 복잡하게 얽혔다”며 “인구 감소로 시장 규모는 정체된 반면 화장품업체와 유통매장이 늘어나 시장을 나눠먹음으로써 업체별 절대적인 매출액과 로드숍 매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멀티숍 팽창
2010년대 초반만 해도 2천 개가 채 안 됐던 화장품 업체는 최근 1만 개까지 늘어났다. 이들은 멀티숍 매장 확장과 맞물려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거나, 온라인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빠르게 고객층을 흡수하고 있다. 편집숍과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각가 2017년 대비 14.4%, 9.1%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화장품을 사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변화한 유통시장을 기반으로 아이소이, 닥터자르트, 메디힐, 쓰리컨셉아이즈(3CE) 등의 브랜드가 급성장했다.
외국에서는 세포라, 부츠 등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파는 H&B 스토어가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다. 2019년에는 세포라도 국내시장에 진출한다. 이와 별개로 멀티숍과 온라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온라인몰에서 화장품 구매는 전년 대비 20% 남짓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젊은 여성들이 편집숍과 온라인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결론은 멀티숍이건, 편집숍이건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업계 움직임은 분주하다. 로드숍을 보유한 브랜드 업체들은 조직개편과 국외시장 공략, 홈쇼핑과 온라인 시장 진출, H&B 스토어 전환, 멀티숍 입점, 대대적인 브랜드 개편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 매장에서 자사 브랜드 외에 다른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는 멀티숍 ‘아리따움 라이브’로 전환키로 했다. LG생활건강도 자사 편집숍인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미샤는 이미지 개선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2018년 4월 12년 만에 미샤의 새로운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발표한 것과 맞물려, 기존 700여 매장도 새로운 BI를 적용한 인테리어를 단행하며 ‘5세대 매장’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미샤의 정체성을 살린다는 전제 아래 홈쇼핑 진출, 멀티숍으로 전환, 온라인 강화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세포라, 부츠 등 세계적인 편집숍에 입점하는 것과 홈쇼핑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젊은층과 국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서진경 네이처리퍼블릭 홍보마케팅팀 과장은 “Z세대(1995~2010년생)를 고려한 색조 라인 강화,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패스트 화장품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며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와의 협업을 비롯해 국외시장 공략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잇츠스킨 역시 과거 중국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달팽이크림’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가늠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해답은 나와 있다. 2000년대 초반 로드숍이 등장했을 때 유통구조 개편에 소극적인 업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거나, 최근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8년에도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면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스킨푸드 매장. 한겨레 자료
올리브영 매장. 올리브영 제공.
홍대 인근에 위치한 미샤 5세대 매장. 미샤 제공.
☞ 이코노미 인사이트 12월호 더보기 http://www.economyinsight.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