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가구업체인 ㄱ사는 지난해 미국 글로벌 유통기업에 납품을 준비하던 중 ‘사회적책임’(CSR) 평가를 요청받았다. ㄱ기업은 150만원을 들여 CSR 평가를 받았으나 외국인 노동자 숙소의 안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납품이 무산됐다.
수출기업 절반 이상이 CSR 이행 평가를 요구받고 있고, 평가 점수가 낮은 기업은 납품배제·거래중단 등의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CSR 비상등’이 켜졌다.
대한상의(회장 박용만) 산하 지속가능경영원은 국내 수출기업 120여개사를 대상으로 ‘수출기업의 CSR 리스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의 54%가 글로벌 고객사에 수출 또는 납품하는 과정에서 CSR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발표했다.
평가를 받은 기업 중 19.1%는 평가결과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다. 사업에 영향을 준 방식은 ‘협력사 선정 배제’가 61.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해결 후 조건부 납품’ 38.5%, ‘납품량 축소’ 15.4%, ‘거래중단’ 7.7% 순서였다. CSR 평가를 받은 분야는 환경(93.8%)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안전·보건(83.1%), 노동(80%), 인권(75.4%), 윤리(73.8%) 등이었다. 향후 글로벌 고객사의 CSR 평가가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73.8%를 차지했다. 또 CSR 평가가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78.6%에 이르렀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전략실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CSR 관리 범위를 1차 협력사는 물론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도 기업의 CSR을 자국법 또는 국가 간 투자협정에 반영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영국의 ‘현대판 노예방지법’(노동·인권), 프랑스의 ‘기업책임법’(인권), 미국의 ‘도트프랭크법’(분쟁광물) 등이 대표적 사례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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