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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볼보코리아, 공정위 제재 받고도 박수받는 이유는?

등록 2018-12-09 11:59수정 2018-12-09 20:51

세계적인 굴삭기 전문 업체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지난 10월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설립 2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볼보그룹코리아 제공.
세계적인 굴삭기 전문 업체인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지난 10월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설립 2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볼보그룹코리아 제공.
납품업체로부터 도면 받으며 절차 위반
공정위, 고발 없이 과징금만 2천만원

“잘못 인정…깊이 반성” 이례적 사과문
다른 기업들 제재 반발·소송제기와 대조

수출·협력사 동반성장·고용 기여 강조
‘위기를 기회로 전환’ 모범사례로 평가
볼보그룹코리아가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뒤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한 태도를 보여, 무조건 혐의를 부인하거나 제재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반발하는 국내 기업과 대조를 이뤘다.

공정위는 9일 하도급업체로부터 기술자료를 받으면서 하도급법에서 정한 ‘기술자료 요청 서면’을 주지 않은 볼보그룹코리아(대표 양성모)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정액과징금 2천만원을 부과했다. 볼보그룹코리아는 굴삭기를 생산하는 볼보의 한국법인이다.

현행 하도급법 12조3은 원사업자(대기업)는 정당한 사유 외에는 수급사업자(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해서는 안 되고,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는 요구 목적, 비밀유지 사항 등에 대해 미리 협의한 뒤 그 내용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볼보그룹코리아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굴삭기 부품 제작을 하도급업체에 위탁해 납품받는 과정에서 하도급업체 10곳에 부품 제조를 위한 조립도·상세도·설치도 등 도면 226건을 요청해 받으면서 ‘기술자료 요청 서면’을 주지 않았다. 볼보가 하도급업체로부터 도면을 요청한 것은 납품받은 부품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검수하기 위한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공정위는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갑질 중에서도 대기업의 기술자료 유용 갑질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과징금 중과, 고발 등 엄격한 법적용을 해왔는데, 별도 고발조처 없이 과징금 2천만원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제재만 내린 것은 이런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공정위 제재결과 발표에 맞춰 공식입장을 내어 “행정적 절차상의 미흡에 대해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이는 국내기업들이 공정위 제재에 대해 거의 예외없이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반박자료를 내거나 침묵한 뒤 불복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볼보그룹코리아 관계자는 “잘못을 인정한 만큼 별도의 행정소송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볼보는 또 공식입장에서 자료 요청 절차를 위반했지만 자료 요구의 정당성은 인정받은 점, 도면의 실제 사용 목적, 공정위가 중소기업 기술자료 유용에 엄격한 법집행을 하는데도 비교적 가벼운 제재만 내린 이유 등을 소상히 밝히며 대기업들의 통상적인 ‘중소기업 기술자료 유용행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또 1988년 한국법인을 설립한 이후 국내 협력사들과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동반성장을 해왔고, 특히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굴삭기의 80%는 국외로 수출해 무역수지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왔으며, 부품 85% 이상을 국산화해 협력업체의 세계 시장 판로개척과 고용창출에 기여했음을 강조해, 공정위 제재가 오히려 좋은 기업홍보 기회가 됐다는 평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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