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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공정경제 고삐 풀면 안돼” “초과세수 취약층 복지 늘려야”

등록 2018-12-10 21:14수정 2018-12-11 09:48

내년 경제정책 이르면 17일 발표
최저임금 결정 구조 이원화 등
소득주도 성장 ‘속도조절’ 공식화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해야”
“소득성장 좀더 섬세한 설계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함에 따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이끌 ‘2기 경제팀’이 공식 출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 뒤 환담 자리에서 홍 부총리에게 “우리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기업의 투자 애로가 뭔지 현장과 직접 소통해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찾는 데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홍 부총리가 아주 열심히 하는 모습을 평소에 잘 알고 있으며, 그 성실함을 눈여겨봤다”며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경제부처 장관들과 한 팀이 되어 함께 열심히 하는 것이다.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민간 영역과 가장 많이 만난 장관이었다는 소리를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밥을 먹든 현장을 찾든 민간 영역과 만나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자영업자, 대기업, 노동단체 등과 매주 일정을 만들어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9일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기자들과 만났을 때도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위해 “매주 기업인과 점심하는 일정을 의무적으로 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수현 정책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수현 정책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기 경제팀을 이끌 홍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축은 유지하되, 논란이 많았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보완하고 혁신성장의 속도를 높여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에 대해 기업의 기를 살리겠다며 공정경제의 고삐를 느슨하게 풀어선 안 된다고 우려하면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의 큰 그림과 더불어 유연하고도 섬세한 실행계획을 주문했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는 “시장경제의 질서를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일부 대기업이 기득권을 남용하는 탓에 한국 경제는 점점 활력을 잃고 후퇴하고 있다”며 “1기 경제팀이 주로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 문제를 다뤘다면 2기 경제팀은 ‘일감 몰아주기’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들의 뿌리 깊은 관행으로, 총수 2·3세에게 경영권이나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감 몰아주기로 대기업집단 내 기업에만 자원이 몰리는 탓에 우리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심화하는 경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복지 강화가 필수인데 그동안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한 취약계층 지원에 소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결과적으로 설비·민간 투자가 감소하고 소비도 경제성장률만큼 증가하지 않아 1기 경제팀의 총수요 확대 정책은 실패했다”며 “투자·소비가 둔화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도 없는 지금 상황에서는 재정으로 사회복지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것이 교과서적으로도 맞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초과세수가 20조원 넘게 발생했는데도 국세수입을 경기회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지만, 올해 들어 10월까지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월평균 3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취임과 함께 일자리상황판을 청와대에 내걸었지만 일년 내내 최저임금 논란에 휩싸이면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할 때 좀 더 세심하고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면서 사업장들이 수명을 유지해왔기에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타격을 입는 게 당연하다”며 “스웨덴의 경우 산업구조 조정과 더불어 정부가 저부가가치 노동자를 고부가가치 일자리로 계속 재배치하고 옮기지 못한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한층 강화해나갔다”고 설명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소득주도성장 취지에 맞는 정책들을 계속 개발해서 국민과 소통하며 추진해야 한다”며 “그동안은 단기적 성과를 갖고 논쟁이 확대됐는데 앞으로는 큰 그림을 제시하며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 계획을 보여주는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11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취임식을 하고, 12일께 ‘경제활력대책회의’로 이름을 바꾼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이르면 17일께 발표된다.

정은주 방준호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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