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아마존 효과’ 확인

한은 국내 첫 실증 보고서 발표
온라인쇼핑 늘면 인플레 연 0.2%p↓ 고용 연 만6천명↓

자료: 한국은행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 효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이름에 빗대어, 온라인쇼핑의 발달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실제 온라인을 통하면 중간상을 거칠 필요가 없는 데다 실시간 비교가 되는 만큼 가격경쟁도 치열해 오프라인에서보다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다. 다만 온라인거래의 확대는 도소매업종을 중심으로 고용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온라인쇼핑 확대가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0.2%포인트 떨어뜨리고, 고용은 1만6천명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의 첫 실증연구 결과를 내놨다.

11일 한은 조사국 김태경·박동준·최인협 과장 등이 발표한 ‘온라인거래 확대의 파급효과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온라인 상품판매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때 당해년도 상품물가 상승률은 0.08~0.1%포인트, 근원인플레이션율(에너지와 식료품가격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0.02~0.03%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온라인 상품판매 비중 확대를 고려하면, 2014~2017년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연평균 0.2%포인트 안팎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다.

온라인거래 확대가 도소매업 매출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는데, 온라인판매 증가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해당 분기 오프라인판매 증가율은 0.7%포인트 하락했다. 여기에 도소매업 취업유발계수(10억원당 21명)를 적용하면, 2014년 이후 온라인거래 확대에 따른 오프라인판매 대체효과로 도소매업 부문의 취업자수는 연평균 약 1만6천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고서는 “오프라인 도소매업 고용 감소만 계산한 것으로 온라인거래 확대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늘어나는 취업자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료: 한국은행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온라인거래는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 간편 결제 시스템 활성화 등에 힘입어 2014년 이후 빠르게 늘었다. 실제 소매판매 증가에서 온라인판매의 기여율은 2002~2013년 평균 19.6%에서 2014~2017년엔 평균 83.9%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온라인판매 총액은 80조원으로 전체 소매판매(440조원)의 18.2%를 차지했다. 2001년 1.6%에서 10배 이상 증가했고, 중국(23.1%)·영국(19.1%)보다는 약간 낮지만 미국(9%)·독일(7.9%)·일본(7.4%) 등 주요 선진국보다는 꽤 높은 수준이다.

김태경 한은 조사국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있는데도 고용 부진과 저물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두고 ‘아마존 효과’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은데, 이번 보고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를 실증 분석해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쇼핑 확대가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아마존 효과’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자 연구 대상이다. 미국이 최근 나홀로 호황 속에 물가까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주된 요인으로도 ‘아마존 효과’가 꼽힌다.

이순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