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15개 재벌이 올 한해 동안 순환출자 해소, 사외이사 역할 강화,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거나 실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28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8년 대기업집단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편 사례’를 발표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6월과 11월, 올해 5월 등 세차례에 걸쳐 재벌그룹과 정책 간담회를 하고 자발적인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2월에도 공정위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재벌의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편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자발적으로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발표하거나 추진한 재벌은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롯데·지에스(GS)·한화·현대중공업·엘에스(LS)·대림·현대백화점·효성·태광·에스엠(SM)·현대산업개발 등 15곳이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해소 노력은 연중 이어졌고, 상반기에는 3월 주총 시즌에 이사회 등 지배구조 개편 사례가 많았으며, 하반기에는 총수일가 지분 처분 등 내부거래 개선 등 구조적인 개선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소유구조 개선 분야에서는 삼성과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현대백화점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다. 에스엠과 현대산업개발은 순환출자를 축소했다. 이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 재벌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지난해말 282개에서 올해는 10분의 1 수준인 31개로 축소됐다.
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 전환을 완료했고, 에스케이는 지주회사 산하 행복나래에 대한 자회사들의 공동출자를 정리해 투명성을 높였다. 엘지는 지주회사 체제 밖의 계열사인 지홍의 총수일가 지분을 모두 매각해 100%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고, 롯데와 엘에스도 각각 롯데케미칼과 가온전선을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했다.
지배구조 개선 분야에서는 에스케이가 ㈜에스케이·이노베이션·텔레콤에, 한화가 한화생명·손해보험·타임월드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소액주주 주총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삼성은 삼성전자·물산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 모두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엘에스는 주력 계열사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을 사외이사에서 뽑고, 현대차는 글로비스의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일반주주에서 공모했다. 에스케이는 사외이사 대표가 주주·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맡는 선임사외이사제도 도입했다.
내부거래 개선 분야에서는 에스케이·엘지·지에스·한화·대림·태광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처분 또는 축소했고, 엘에스·대림·현대백화점은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했다.
삼성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까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올해 개선안을 내놨다. 현대차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추진하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중단했으나, 머지않아 후속조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일감 몰아주기 조사 등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과 총수일가의 전횡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재벌과의 소통을 통해 자발적으로 소유지배구조와 경영 관행을 개선하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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