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학생복, 아이비클럽, 스쿨룩스 등 이른바 브랜드 학생복 업체의 대리점들이 충북 청주시 소재 중·고등학교 교복구매 입찰에서 담합(짬짜미)을 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 업체들에 과징금 부과 없이 단순히 시정명령만 내려 ‘솜방망이 제재’라는 지적을 받는다.
공정위는 2일 청주시 소재 27개 중·고교가 2015년 발주한 교복구매 입찰에서 브랜드 업체인 엘리트학생복, 아이비클럽, 스쿨룩스의 청주 대리점들이 담합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교복 구매비용 부담 절감을 목적으로 중·고교가 주관하는 교복 입찰제가 시행된 이후 담합이 적발되기는 처음이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2015년 7~10월 청주시 소재 27개 중·고교가 발주한 2016학년도 학교주관 학생복 구매입찰에서 낙찰금액 인상을 목적으로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금액을 정해 실행했다. 이를 통해 3개 업체는 27건의 입찰 중 20건에서 낙찰을 받았다. 나머지 7건의 입찰은 비브랜드 업체로 낙찰됐다. 교복 입찰은 1차로 품질을 평가하고, 2차로 최저가를 써낸 업체를 선정한다.
담합 업체들의 평균 낙찰률은 94.8%로, 비브랜드 업체들의 85.6%에 비해 9.2%포인트 높아 학생과 학부모들이 금전적 손해를 보았다. 교복 한벌 값이 평균 28만원 정도여서 낙찰 업체들의 학교당 평균 공급량을 200벌 기준으로 계산하면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액은 1억5천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공정위는 담합 업체들의 매출 규모가 작고 담합이 청주시에서만 이뤄졌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10%에서 20%로 올리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과 배치된다.
브랜드 교복업체들은 청주시뿐만 아니라 전국의 중·고교에 교복을 제공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담합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커, 실제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액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과 임경환 과장은 “브랜드 교복업체들이 다른 지역에서도 담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낙찰률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청주시 교복 담합행위 조사를 2016년 말 시작했는데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다른 지역의 담합행위에 대해 2년이 지나도록 조사 착수조차 하지 않은 것은 ‘공정경제’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