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불법 저지른 조양호 회장의 이사 연임 반대해야”

이찬진 변호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에 제안
이사 선임 반대 및 해임·사외이사 추천 가능
조 회장 이사연임은 현행 기준도 반대 가능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뒤 처음…16일에 결정
외국인·기관투자자 등에 큰 영향…파장 클 듯

이찬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불법비리를 저지른 조양호 회장 등 대주주 일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오는 3월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할 것을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에 제안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8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국민연금의 현행 내부기준으로도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연임은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역할을 강조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오는 16일로 예정된 기금운용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지분은 12.45%로 총수일가와 소속 공익법인(33.34%)보다 적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결정은 외국인 주주(16.65%)와 일반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34%)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안 내용은 무엇인가?
“다음 회의 때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와 행사 범위를 정식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대주주의 주주가치 훼손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취했는지 기금운용본부가 보고하도록 하고,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가 사외이사 선임과 총수일가 이사 해임을 위한 주주제안 등 적절한 주주권 행사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출하도록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을 한 이유는?
“조 회장 일가의 배임 등 각종 불법비리 때문이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기내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끼워넣은 뒤 3~10%의 통행세를 챙기는 수법으로 196억원의 이득을 얻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 또 조 회장의 자녀들이 지배하는 사이버스카이 등에 일감몰아주기를 하다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이 부과됐다. 갑질로 불리는 전근대적 횡포와 폭력으로 회사의 공신력을 실추시키고 주주가치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주주권 행사 방법은?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 및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회장의 이사연임은 명백히 반대해야 할 사안이다. 아들인 조원태 사장의 이사해임과 사외이사 교체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한 결정이 요구된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2020년까지 보류하되 기금운용위가 결정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6월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불법비리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 의지를 천명하면서 개선 노력을 요청했는데, 성과가 있었나?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등과 상호비밀로 하기로 했다는 이유로 대화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단히 무성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건 상정 가능성은?
“21명의 위원 중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복지부에서 위원들에게 찬반 의사를 묻는 메일을 보냈는데 결과는 모른다. 사안의 성격을 볼 때 성사될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 파장이 클텐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뒤 첫번째 사례가 된다. 전에도 국민연금이 재벌총수의 이사선임에 반대한 적이 있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계기로 국민연금의 입장을 사전에 공시할 수도 있어 다른 기관투자자, 외국인 주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이 경영권에 개입한다고 비판하는데?
“법을 어기고 주주가치를 훼손한 조 회장 일가의 책임을 묻는 것은 경영권 개입이 아니라 주주들의 당연한 권리다.”

곽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