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자책임전문위 분과위 회의
‘경영참여’ 해당 4가지 방안 논의
대한항공·한진칼 주주권 행사 반대
문 대통령 “적극 행사” 발언 무색
전문위원 일부, 복지부 발표 반발
“회의 때 찬반 의견과 다른 결과”
정부 추천위원, 복지부 통화 뒤 번복
기금운용위 31일 최종 결정 예정
‘경영참여’ 해당 4가지 방안 논의
대한항공·한진칼 주주권 행사 반대
문 대통령 “적극 행사” 발언 무색
전문위원 일부, 복지부 발표 반발
“회의 때 찬반 의견과 다른 결과”
정부 추천위원, 복지부 통화 뒤 번복
기금운용위 31일 최종 결정 예정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전문위)가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불법비리와 갑질로 인한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조 회장과 아들인 조원태 사장의 한진칼 이사 해임과 사외이사 추천을 포함한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권 행사에는 다수가 반대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적극 행사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무색하게 했다. 일부 위원들은 보건복지부가 주주권 행사 반대 의견을 실제보다 부풀렸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위(위원장 박상수 경희대 교수)는 23일 오전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회를 열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논의한 결과, ‘경영 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7명이 찬성하고 2명이 반대했다. 반대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추천한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오는 31일 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지만, 3월 대한항공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하지만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조 회장 부자의 이사 해임,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경영진의 일탈 행위와 관련된 실격사유 규정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권유 등 4가지 방안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의 경우 반대가 7명으로 찬성 2명보다 많았다. 한진칼의 경우도 반대가 5명으로 찬성 4명보다 많았다. 복지부는 “위원 간에 합의에 이르지는 못해, 다수와 소수 의견을 기금운용위원회에 그대로 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문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대기업 대주주의 탈법·위법 행위를 바로잡고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해온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전문위에 참석한 근로자대표 추천 및 지역가입자 추천 일부 위원들은 한진칼은 찬성이 5명으로 반대(4명)보다 오히려 많았고, 대한항공도 찬성 4명과 반대 5명으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며 복지부 발표와 상반된 주장을 폈다. 지역가입자 추천을 받은 김경율 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복지부가 회의 때 위원들이 실제로 밝힌 찬반 의견과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며 “회의 내용에 대한 녹취록을 먼저 재확인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일부 위원들 간에 찬반 의사 집계에 차이가 있는 것은 전문위가 안건별로 정식 표결을 하지 않고 개인 의견을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회의가 끝난 뒤 찬반 의견이 불분명한 일부 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찬반 입장을 재차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 번복 가능성이 제기된 위원은 정부가 추천한 정부출연 연구기관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위원인 이찬진 변호사는 “정식 회의에서 주주권 행사에 찬성했던 위원이 회의가 끝난 뒤 복지부와의 통화에서 주주권 행사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 추천 위원의 찬반 의견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를 포함해 정확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반발하는 기업들을 의식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기업들이 경영권 간섭이라고 반발하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최소 범위로 축소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지난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범위를 검토해 보고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기금운용위는 오는 31일 회의를 열어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완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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