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된 재정개혁 토론회 끝내 무산
“국민 목소리 수렴, 100년 갈 조세개혁”
지난해 기대 모으며 출범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2월 보고서로 ‘끝’
특위활동 공론화할 토론회마저
“오해 우려” 개최 않기로
전문가 “조세개혁 뒷짐만” 우려
“국민 목소리 수렴, 100년 갈 조세개혁”
지난해 기대 모으며 출범했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2월 보고서로 ‘끝’
특위활동 공론화할 토론회마저
“오해 우려” 개최 않기로
전문가 “조세개혁 뒷짐만” 우려
문재인 정부 조세개혁의 설계도를 그리는 임무를 맡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뚜렷한 성과 없이 활동을 마무리하는 수순에 접어들고 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데다 조세개혁특위도 힘을 받지 못하면서 증세와 조세 형평성 확립 등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혁 작업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재정개혁특위 쪽 설명을 들어보면, 재정개혁특위는 애초 지난해 12월4일(예산분야)과 6일(조세분야)로 예정됐던 재정개혁 토론회를 무기한 연기한 뒤, 내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최종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을 내렸다. 재정개혁특위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4월 ‘조세·재정정책에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렴해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재정정책 개혁의 로드맵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특히 재정개혁특위 활동 종료에 앞서 열기로 한 토론회는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증세나 비합리적인 조세체계 개편 같은 조세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특위 내부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로 관심을 모아왔다. 재정개혁특위 한 관계자는 “토론회에서 특위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것이 바로 세제 개편으로 이행될 것으로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2월 중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고 보도자료 형태로 이를 공개하는 것으로 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는 조세·재정개혁의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모두 담을 계획이지만 “자문 성격일 뿐 과제를 받아 실행할지 여부는 기획재정부의 권한”이라는 것이 재정개혁특위 쪽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애초 재정개혁특위가 제시했던 ‘국민의 목소리 수렴’ 과정은 생략됐고 ‘100년을 이어갈 로드맵’도 구체적인 실행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자문안 성격에 그치게 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정책공간 국민성장’은 대선 과정에서 △소득세의 과도한 비과세·저율과세 규정 개혁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금융소득 종합과세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통합 등의 내용이 담긴 조세개혁 밑그림을 당시 문 후보 캠프 쪽에 전달한 바 있다. 그동안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보다 특정 산업·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 목적에 쏠린 탓에 자산과 소득의 종류에 따라 들쭉날쭉해진 조세체계를 바로잡고, 이를 통해 조세부담률을 공정하게 끌어올리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후보 시절 이런 개혁안을 받아 본 만큼, 문재인 정부는 그에 걸맞은 전향적인 조세개혁에 나서고 이를 통해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 출범 직후 내놓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조세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대신 “2017년 국민 의견을 토대로 조세·재정을 포괄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기구(재정개혁특위)를 설치하고 2018년에 개혁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다”며 재정개혁특위를 통한 국민적 합의로 조세개혁을 이루겠다는 뜻만 밝혔다.
그러나 재정개혁특위는 지난해 애초 예정보다 늦은 ‘지각 출범’ 이후에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재정개혁특위가 지난해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에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을 ‘2천만원 초과’에서 ‘1천만원 초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하루 만에 기재부가 이를 세제개편안에 넣지 않기로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정개혁특위가 내놓은 종합부동산세제 개편안 역시 “시장의 예상보다 약하다”는 평가 속에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에서 내용이 크게 변화했다. 재정개혁특위 당연직 위원으로 정부 쪽에서 기재부 세제실장과 재정관리관이 명단에 올라 있지만,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회의에는 거의 참석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개혁특위 스스로도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운영을 이어가며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둔 조세개혁을 이끄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종부세 개편을 중심으로 한 상반기 재정개혁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재정개혁특위의 지난해 하반기 논의 내용은 대상이나 쟁점조차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재정개혁특위 활동이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문재인 정부의 조세개혁 자체가 물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정개혁특위 쪽은 “개혁보고서를 제시하면 이후에라도 이를 바탕으로 조세개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보고서 제시 뒤 공론화를 이끌 재정개혁특위가 사라지는데다, 정부가 증세를 비롯한 조세개혁을 직접 공론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여전히 감지되기 때문이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보편적 증세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고민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포용적 혁신국가’를 앞세우면서도 이를 위해 정작 국민 설득이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린 셈이다. 실제로 적극적 재정운용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 들어 눈에 띄는 증세 조처는 보이지 않았다. 2017년 세법개정안은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을 ‘핀셋 증세’ 하는 데 그쳤고, 2018년 세법개정안은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만의 ‘감세안’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세수 예측 오류로 생긴 초과세수에 의존한 재정정책에 만족하며 정작 포용국가 건설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인 조세개혁에 대해서는 모두가 뒷짐만 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 기대를 모았던 재정개혁특위마저 성과 없이 마무리되면 재정 역할 확대를 표방한 이번 정부에서조차 조세개혁은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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