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횡령·탈세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남부지청으로 들어가는 모습.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책임투자포럼이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 및 갑질 사태가 벌어진 한진그룹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가 국민연금에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요구한 것은 경제민주화에 앞장서고 있는 경제개혁연대에 이어 두번째로,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사장 김영호 전 산업부 장관)은 31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사 전문위) 다수 위원들이 지난 23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장기투자자라는 점을 망각한 근시안적 결정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도입 취지를 희석시키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2월1일 최종 회의에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의 주된 내용은 불법비리에 책임이 있는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의 이사 해임,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불법행위를 저지른 이사의 결격 사유 규정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인권·노동·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성과를 잣대로 기업에 투자하는 운동을 주도하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전문위의 일부 위원들이 대한항공에 대해 ‘10% 룰’을 이유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과 관련해 “국민연금이 앞으로 10% 이상 지분보유 기업에 대해서는 그 어떤 경우도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못 한다는 의미여서 다른 기업들에도 부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우려하며 “총수 일가가 땅콩회항, 물컵 투척 등의 갑질을 저지른 데 이어 배임·횡령·탈세 등 온갖 불법·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업에 적용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10% 룰’은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할 경우 신고일 기준 6개월 이내 발생한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조항으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식 11.5%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10% 이상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97개에 달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또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컴플라이언스(준법)위원회 설치 등 내부통제 강화 등의 개선 노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진정성이 없다”며 “한진이 먼저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또는 감사위원 후보 추천을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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