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대한상의 SGI 원장이 6일 열린 ‘우리경제, 이제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경직적 고용구조 개선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고용 및 사회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6일 서울 남대문 상의 회관에서 열린 ‘우리경제, 이제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주제의 에스지아이(SGI)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통해 “미래성장과 일자리는 민간의 자발적 혁신이 확산될 때만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는 파격적인 탈규제를 통해 민간주도의 자율규범이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혁신에 따른 위험과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영경 대한상의 에스지아이 원장도 주제 발표에서 “선진국 사례로 보면 신산업 발현, 고령화 등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노동시장 이동성이 증가한다”며 “고용안전망 중심의 사회안전망 강화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해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과 혁신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스지아이는 대한상의가 만든 싱크탱크다.
대한상의가 노동 유연성의 전제로 고용 및 사회 안전망 강화를 주장한 것은 국가경제 발전과 기업 이해관계를 균형되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환으로, 사용자 전문단체인 경총이 기업들의 이해관계 대변에 주력하며 노동시장 유연화 위주의 주장을 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김대일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도 토론자로 참석해 “고용안전망이 효과적으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경직적 고용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채 재정부담만 키울 것”이라며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고 노동수요의 패러다임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공급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유엔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은 “최근 기술발전 등으로 성장과 일자리 간의 상관관계가 약해졌기 때문에 정부는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펼치고 인적자본 투자를 확대하되 사회안전망에 대한 민간의 도덕적 해이는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용만 회장은 “저성장·양극화·일자리 등 경제 현안은 근본적 원인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법도 서로 연결해 통합적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성장, 고령화 등에 대응해 한정된 재원을 누수 없이 쓰기 위해서는 복지 지출 구조의 고도화가 선결돼야 한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재원 확충의 필요성과 그 방법론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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