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투자와 수출 등 수요부진이 산업 생산 경기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그나마 견실한 모습으로 판단하고 있는 민간소비에 대해서도 ‘증가세가 미약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 경기상황을 ‘급격한 하강’보다는 ‘지속적인 둔화’로 보는 데 더욱 무게를 뒀다.
케이디아이는 ‘KDI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까지 견조한 수출과 부진한 내수를 견주며 내수 경기의 둔화 추세를 주로 짚어왔던 케이디아이는 올해들어 수출마저 크게 감소하자 투자·수출·소비 등 수요 측면의 부진과 이로 인한 산업 생산 둔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현재 경기상황을 급격한 경기하락으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 김현욱 케이디아이 경제전망실장은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봤다면 하강이라는 표현을 썼겠지만 둔화로 표현했다”며 “현재로선 경기 진폭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빠른 위축보다는 경기가 지속적으로 둔화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사이클 측면의 급격한 변화보다 중장기적으로 약화된 성장세를 더욱 문제로 짚고있다는 의미다.
최근 수요감소에 대한 케이디아이 평가의 배경에는 우선 설비투자와 수출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됐다. 1월 설비투자는 한해 전보다 16.6% 감소하며 전달(-14.9%)보다 감소폭이 커졌다. 2월 수출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11.1%나 감소하며 전달(-5.9%)에 견줘 감소세가 급격한 모습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장비(-72.9%) 등의 급격한 수입 감소는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정부가 최근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 ‘견실한 흐름’으로 판단한 소비에 대해서도 케이디아이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소매판매액과 서비스업 생산 증가폭이 일부 확대됐지만 이는 명절이동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민간소비 증가세는 미약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2월까지 4개월 연속 소비자 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있고 소매판매액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둔 반면, 케이디아이 쪽은 소비자 심리지수가 여전히 100을 하회하고, 소비재 생산 등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고있는 대목에 더욱 방점을 찍고 있다.
수출·투자·소비 면에서의 수요감소는 생산과 고용 둔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케이디아이는 판단했다. 케이디아이는 “수요측면의 경기가 반영되면서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측면의 경기도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 부진은 고용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기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치며 지난해 11월 이후 1%를 밑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케이디아이는 또 제조업 출하가 둔화(0.7%)되고 제조업 재고율(111.7%)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을 산업 생산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신호로 제시하며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재고율이 전달 96.7%에서 1월 121.2%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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