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과 반도체 업황을 우려하면서도 생산·투자·소비가 모두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투자·소비 등 수요 측면의 둔화가 생산과 고용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인식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 것인데, 정부 역시 전반적 경기 판단에 대해선 앞으로 흐름을 지켜봐야 하다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15일 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를 “산업활동 및 경제심리지표 개선 등 긍정적 모멘텀이 있으나, 세계경제 성장둔화 우려를 비롯해 반도체 업황과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 등 불확실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같은 판단을 한 이유는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지표들이 전월대비 증가세를 보인 영향이다. 광공업(0.5%)·서비스업(0.9%)·건설업(2.1%) 생산이 모두 전월보다 늘며 지난 1월 전산업생산은 0.8% 증가했다. 반면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같은 지표를 전년과 비교해 특히 광공업 생산이 지난 1월 0.1% 증가에 그쳤고, 건설업 생산은 감소(-11.8%)를 이어간 측면에 주목하며 “생산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정부는 현재 볼 수 있는 1월 실물지표가 증가로 나온 것에 바탕해서만 평가한 것으로 전반적인 국면이나 흐름에 대한 판단은 2~3월 지표들까지 차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지표에 대해 정부는 소매판매가 지난해 12월 감소세에서 지난 1월 0.2% 증가로 전환했고 소비자 심리지수가 3개월 연속 증가하는 한편, 서비스생산이 늘어난 대목에 집중해 “견실한 흐름”으로 평가했다. 역시 1월 소비 증가를 설 명절 등 ‘일시적 요인’으로 판단해 추세적인 민간소비 증가세는 약한 것으로 판단한 한국개발연구원과 평가가 엇갈린 부분이다. 다만 2월 소비지표 속보치를 보면 할인점 매출액(-10.8%), 백화점 매출액(-7.7%) 등은 감소세로 돌아서고 전달 6.6% 증가했던 카드 국내승인액도 1.3%로 증가폭이 축소돼 소비 개선세는 2월 이후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들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수출에 대한 우려는 정부 역시 공유하고 있다. 정부는 수출에 대해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가격 조정, 중국 등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등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관세청이 발표한 2월 월간 수출입 현황(확정치)에서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23.9%)와 석유제품(-13.5%) 등을 중심으로 한해 전보다 11.4% 감소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