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엘지유플러스의 씨제이헬로 인수합병에 대해 3년 전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씨제이(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했던 상황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수합병 승인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9명의 상임·비상임위원 합의제로 운영되는 공정위 설립 취지에 어긋나고, 공정위 사무처에도 미리 사건처리 방향을 지시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출장 동행기자단과 만나 엘지유플러스(LGU+)와 씨제이헬로의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3년 전과는 같은 상황이 분명히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정위가 2016년 에스케이텔레콤-씨제이헬로 기업결합 심사 때 ‘불허’ 결정을 내렸으나, 이번에는 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또 “방송통신위원회의 평가와 판단이 공정위의 시장획정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획정이란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을 심사하기 위해 시장범위를 결정하는 일을 말한다. 공정위는 2016년에는 78개 방송권역을 중심으로 시장획정을 하고, 에스케이텔레콤과 씨제이헬로가 합치면 씨제이가 사업권을 보유한 23개 권역 중 21개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경쟁제한성이 심해져 요금 인상 등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방통위는 ‘2018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처음으로 방송업체별 시장점유율과 관련 ‘전국’ 기준을 ‘권역’ 기준과 같은 비중으로 활용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공정위가 이를 감안하면 2016년 때와 다른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은 또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며 방송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엘지유플러스의 씨제이헬로 인수합병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낸 것은 지난 1월 언론인터뷰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에 이어 두번째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마치 사전에 사건처리 방향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엘지유플러스는 지난 15일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해, 공정위 사무처는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심사를 시작한다. 공정위는 또 위원장 혼자 사건처리를 결정하는 독임제 방식이 아니라, 9명의 상임·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공동결정하는 합의제 방식이다. 허선 공정위 전 사무처장은 “과거 정부에서 위원장이 다른 위원들의 다수 의견을 무시하고 사건처리 방향을 결정해 논란이 컸다”며 “위원장이 특정사건에 대해 개인 생각을 미리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위원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고, 위원회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또 공정거래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꼭 방통위 판단을 따라갈 이유는 없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공정위는 경쟁제한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여부를 최우선으로 보기 때문에 공공성을 중시하는 방통위의 판단과 별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이제 막 (기업결합) 신청이 들어와 자세히 보고받지 않았고, 심사보고서에 담길 실무진 판단이 우선이며, 방통위와 공정위의 판단이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 사무처 고위간부는 이에 대해 “위원장이 미리 방향을 제시했다기보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원점에서 면밀히 검토하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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