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엘지(LG)그룹의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현장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19일 공정위와 엘지그룹 쪽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엘지트윈타워와 광화문빌딩 등에 위치한 ㈜엘지, 엘지전자, 엘지화학, 판토스 등 엘지그룹 주요 계열사에 조사관 10여명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판토스와 엘지그룹 계열사간 부당지원 혐의에 대한 외부 신고를 받고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간부는 엘지그룹 조사에 대해 “개별 조사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종합 물류회사인 판토스가 엘지 계열사들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부당지원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판토스의 2017년 매출액 1조9978억원 중 계열사와 내부거래액은 1조5606억원으로 78.1%다. 계열사별 내부거래 규모는 엘지전자가 7071억원으로 가장 많고, 엘지화학 4191억원, 엘지디스플레이 964억원 순이다. ㈜엘지는 판토스와의 내부거래액이 거의 없지만 그룹 차원에서 내부거래에 대한 지시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주식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이다. 비상장기업인 판토스는 엘지상사가 51%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고, 구광모 ㈜엘지 회장(대표이사) 등 총수일가의 지분은 19.9%여서, 직접적인 사익편취 규제 대상은 아니어서 부당지원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엘지그룹은 판토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계속 제기되자, 지난해 12월 구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을 모두 미래에셋대우에 매각했다.
공정위의 엘지그룹 조사로 4대그룹 중 부당지원 또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를 받고 있는 곳은 지난해 조사에 착수한 삼성과 에스케이(SK)에 이어 3개로 늘어나게 됐다. 삼성의 경우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와 삼성 계열사가 내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부당지원을 했는지 조사 중이다. 에스케이는 지주회사인 에스케이㈜와 최태원 회장이 엘지실트론 지분을 각각 71.6%와 29.4% 인수한 것과 관련해 최 회장의 사익편취 의혹을 조사 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17년 에스케이㈜가 실트론 주식을 모두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에 일부를 인수하도록 한 것을 두고,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넘겨준 이른바 ‘회사 기회 유용’ 혐의가 있다며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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