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인 케이지(KG)케미칼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영입한다.
케이지케미칼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이승철 전 부회장(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고 19일 공시했다. 이 전 부회장의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다.
이 전 부회장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됐던 케이스포츠와 미르재단 설립에 핵심 역할을 했다. 이 전 부회장은 국회와 수사·재판 과정에서 잇단 말바꾸기로 논란이 됐다. 그는 사태 초기 국회 국정감사에서 “재단 설립 및 모금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했고, 청와대의 외압은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인 12월 국회 청문회에서는 “재단 설립 및 지원이 청와대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을 바꿨고, 최순실 및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안 수석으로부터 위증 요구를 받았다”고 청와대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 전 부회장은 특검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되지는 않았다.
기업으로서는 논란의 인물인 이 전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게 큰 부담일 수 있다. 케이지케미칼이 이 전 부회장 영입에 나선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으로, 구체적인 배경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케이지케미칼그룹은 화학·에너지·폐자원 활용·택배·전자결제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14개 계열사로 이뤄진 중견그룹이다. 곽재선 회장이 2003년 경기화학을 인수한 뒤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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