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지배구조원도 조양호 이사 재선임 반대

27일 대한항공 주총 앞두고 국민연금에 자문
“사익편취로 기업가치 훼손…충실의무 의문”
국민연금 오늘 회의에서 ‘반대’ 가능성 커져
ISS 반대 이어 조 회장 이사 선임에 ‘빨간불’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직원연대노조와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사장이 직원들에게 주총에서 의결권을 위임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e-mail]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이자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대한항공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25일 국민연금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대한항공 정기 주총에 상정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사익편취를 위해 대한항공 등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기소내용을 고려하면, 조양호 후보가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사내이사로서 충실의무를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대 권고 이유를 밝혔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을 구입하면서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통행세 196억원을 챙기는 등 배임·횡령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공정위는 조 회장을 2014~2018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아이에스에스(ISS)와 국내 의결권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연구소도 모두 조 회장이 여러 가지 위법 혐의를 받는 점을 이유로 이사 재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일제히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인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도 같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조 회장 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 또는 반대 판단이 곤란하다며 수탁자책임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한 상태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30조는 이사의 선임과 관련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는 반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경우 조 회장의 이사 재선임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주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기구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미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캐나다연기금투자위원회(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 플로리다연금(SBA Florida)이 조양호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에 반대하기 위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는 ‘프록시 파이트’(위임장 대결)를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조 회장이 이사에 재선임되려면 대한항공 정관상 주총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조 회장 일가와 한진그룹 계열사, 공익재단 등 우호세력의 보유 지분은 33.34%다.

곽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