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전횡 방지를 위한 상법 개정안이 자유한국당의 반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1년6개월 동안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지난해 12월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열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5일 국회에서 법안심사1소위(위원장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를 열었으나 상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법안심사1소위 간사인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의원은 “그동안 3~4번이나 상법 개정안을 법안 심소위 안건으로 상정하자고 요청했으나, 한국당의 반대와 민주당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모두 무산됐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 전횡 방지와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도입 의무화, 이중대표소송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 공약으로 약속했고, 여야 의원들도 2016년 20대 총선이 끝난 뒤 앞다퉈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후 세부 방안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2017년 10월 이후 1년 반 동안 후속 논의를 못하고 있다.
법안심사1소위 간사인 한국당의 김도읍 의원은 반대 이유에 대해 “여야 간 이견이 커서 논의해 봐야 합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에 사실상 반대하면서, 논의를 하려면 윤상직·정갑윤 의원이 발의한 차등의결권 허용 방안을 함께 다를 것을 주장한다. 법안심사1소위 위원장인 민주당의 송기헌 의원실은 “한국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상법 개정안 논의를 강행할 경우 다른 법안들 처리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국당과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11월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에 노력한다고 합의한 것에 배치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공정경제 추진 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한 많은 법안들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의 국회 의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사위는 오는 4월1일에도 법안심사1소위를 열기로 했으나, 한국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상법 논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상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는 국회 법사위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6년 총선 이후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확인된 셈”이라며 “상법 논의에 반대하는 한국당도 문제지만, 말만 앞세우는 민주당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내년 4월 총선 때문에 하반기 정기국회에서는 실질적으로 법 개정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올해 상반기가 개혁입법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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