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국민연금 운용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수준이 가장 높다고 비판했다. 개혁적 시민단체와 정부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전경련이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와 주주권 행사를 왜곡한다고 반박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0일 OECD 회원국 중 정부가 기금 조성에 기여하지 않으면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금운용위가 기금이 보유한 주식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자국 기업의 주식에 투자해서 의결권을 보유한 17개국의 ‘공적연금제도 지배구조와 의결권 행사방식’을 분석한 결과다.
한경연은 “기금운용위를 노사정 대표로 구성하는 프랑스·핀란드·폴란드·한국 등 4개국 중에서 위원장을 현직 장관이 맡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폴란드 등 7개국은 공적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고, 덴마크·캐나다 등 7개국은 기금운용위가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지만 지배구조가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며 “나머지 한국·포르투갈·노르웨이 3개국은 정부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지만, 포르투갈·노르웨이는 정부가 기금을 직접 조성·운용하는 반면 한국은 정부가 기금조성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2018년 하반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주주권 행사를 더욱 확대하고 있어, 공적연금 지배구조의 글로벌 스탠다드(국제표준)와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 전경련(한국경제연구원)(※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의 이상훈 위원(참여연대 실행위원·변호사)은 “국민연금의 정책방향은 기금운용위에서, 주주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각각 결정하고,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어려운 주주권·의결권 행사만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에서 결정한다”며 “기금운용위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다는 전경련 주장은 과장·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위원은 “기금운용위가 올해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검토한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 첫해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검토 대상도 두 회사에 대한 경영참여형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국한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개혁적 시민단체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전경련의 스튜어드십 코드와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반대가 도리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고 반박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남근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연금사회주의나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이라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가가 민간기업의 경영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법에서 정한 주주총회·이사회·주주제안 등의 절차에 따라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나 기금운용본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부처들이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라면서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주주권 행사를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균형된 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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