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5월23일 서울 남대문 대한상의에서 15개 중견그룹 대표와 간담회를 갖고 일감몰아주기 개선을 포함한 재계의 자율적 변화를 당부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공정경제 구현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후속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적용대상 확대를 법 대신 시행령 개정으로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20일 “개혁입법의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인 후속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지만, 공정위가 재계와 일부 야당의 반대가 심한 전속고발제 폐지나 재벌 규제 개편 등은 제외하고 심의절차 개선 등 법 집행 절차 개편만 우선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거래법 개정안 자체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및 국정과제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위의 권고안보다 후퇴한 내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부터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기업의 총수일가 지분요건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에서 상장·비상장 모두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법 개정 방안은 애초 시행령에 위임된 사항”이라며 “처음부터 지분율 요건을 강한한 뒤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었는데도, 국회 눈치보기로 2년 가까운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된 만큼, 지금이라도 조속히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으로 강화되면 삼성생명, 현대글로비스, 한진칼 등 20여개 재벌 계열사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추가된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적용제외 사유인 효율성·보안성·긴급성 요건이 시행령에서 너무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시행령 개정도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효율성 요건의 경우 전후방 연관관계가 명확한 부품·소재 등의 거래만 허용하고, 보안성도 거래 당사자간 계약으로 보안성을 확보할 수 없을 때만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경제개혁연대는 “친족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는 시장질서를 왜곡하고 중소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한 불법행위인데도 이를 규율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친족분리기업의 거래의존도 요건(매출액 50% 미만)을 부활해 독립적인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업의 친족분리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법 개정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정부만 결심하면 시행령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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