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자유한국당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주한 미국대사 초청 행사에는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 자격으로 초청되면서, ‘국정농단사태’의 충격을 벗고 2년반 만에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전경련(회장 허창수)은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당과 정책간담회 갖고 한-일 경제전쟁 등 최근 경제현안과 기업경영 관련 정책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국정농단사태 이후 한국당 의원이 개인적으로 전경련 행사에 참석한 적은 있었으나, 당 대표를 포함해 공식행사를 갖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에서는 황교안 대표,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 등 10명이, 전경련에서는 허창수 회장, 권태신 부회장 등이, 재계에서는 풍산홀딩스 최한명 부회장, 한화 최선목 사장, 씨제이(CJ)제일제당 조영석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20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민주당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여당이 전경련이나 한경연과 공식적으로 자리를 함께한 것은 처음이다. 정부·여당이 지난 2년여 동안 각종 공식행사에서 전경련을 배제해온 이른바 ‘전경련 패싱’ 방침에 변화가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은 아니지만 반기업도 아니고, 대기업과 전경련이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을 잘안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계속 협의하자”고 말해, 간담회가 1회성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했다.
전경련은 이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도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미 대사의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는 전경련과 함께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4대그룹을 포함한 10여개 그룹이 함께 참석했다. 4대그룹은 국정농단사태 직후 전경련을 탈퇴했다.
전경련이 여야와 잇달아 정책간담회를 갖고 주미대사 초청행사에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참여하면서, 국정농단사태를 계기로 2017년 초 이후 이어진 2년반 동안의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국정농단사태와 관련해 2017년 2월 총회에서 환골탈태를 선언하고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씽크탱크 기능 강화 등의 혁신을 약속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명칭 변경은 정부와 협의과정에서 이뤄지지 않았지만, 회장단회의 폐지, 미르와 케이스포츠재단 모금과 보수단체 지원의 창구가 됐던 사회본부 폐지 등 내부혁신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재벌의 이해만 대변하는 기본 성격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과 국민 신뢰회복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많다. 전경련도 상황 변화를 반기면서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한국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10대그룹 임원은 “과거 전경련이 ‘경제단체 맏형’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대기업 대표 역할이 대한상의, 경총으로 많이 분산됐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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