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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 횡령죄 확정 땐…삼성전자 ‘취업 제한’ 대상 된다

등록 2019-08-27 18:23수정 2019-08-28 11:34

국정농단 대법 선고 D-1

범죄 공범이 임원 등인 기업체에
특경가법상 일정 기간 취업 제한
최지성·박상진 등 공범 여럿 있어
법무부 해임 요구 첫 총수 될지 촉각

‘무보수라 취업 아니다’며 버틸 수도
최태원 회장도 유사 논리로 직 유지
“횡령범 총수 영향력 행사 차단을” 지적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삿돈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8월29일)가 다가온 가운데 이 부회장의 횡령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 삼성전자에 ‘취업 제한’ 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의 경제사범에 대한 ‘취업 제한’ 규정에서 이 부회장의 경우 “범죄 당시 공범이 임원 등으로 재직하던 기업체” 조항에 삼성전자가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에게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횡령 공범이 여럿 존재해 유죄 확정시 향후 법무부가 ‘해임 요구권’을 발동할 ‘1호 총수’가 될지 주목된다.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특경가법의 취업제한 조항은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제사범 가운데 5억원 이상으로 금액이 많아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자의 경우 유죄를 확정받았을 때 “유죄 판결된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징역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사면된 날로부터 5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면 종료된 날로부터 2년 뒤까지 적용된다. ‘범죄 관련 기업체’는 시행령에서 정하는데 특히 ‘공범이 재직한 회사’를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사건에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공범이 존재한다. 이 부회장과 이들은 최순실씨(개명 뒤 최서원)의 딸 정유라씨를 위해 승마 관련 용역비 36억3484만원을 횡령해 뇌물로 공여한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았다. 29일 대법원 선고를 함께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남은 주요 쟁점은 2심 그대로 확정될지, 횡령액 36억여원 외에 말 구입액 34억원까지 추가로 뇌물로 인정되는 등 법리적 판단 변경으로 파기환송이 될지 여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2심에서는 34억원까지 뇌물로 봐 이 부회장 2심과 판단이 엇갈렸다. 어느 쪽이어도 이 부회장의 횡령 혐의에 ‘완전 무죄’가 선고되지 않는 한 특경가법 취업제한 조항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취업 제한 조항은 1983년 특경가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존재했지만 역대 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해왔다. 법무부 장관이 기업체 장에게 해임을 요구하게 법에 규정돼 있는데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재벌 총수들은 수백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를 확정받고도 해당 회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리를 유지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회삿돈 450억원 횡령이 유죄로 확정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 역시 ‘공범’ 규정에 해당됐음에도 “무보수로 재직중이어서 ‘취업’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들며 자리를 유지해왔다. 등기임원인 이 부회장도 국정농단 사태 뒤 보수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 회장때와 유사한 논리를 들거나 “취업은 기존 재직이 아니라 새로운 취업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버티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근 법무부는 경제사범 취업 제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그동안 유명무실화했던 경제사범 관리 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 현행 법률이 범죄 당사자가 아닌 ‘공범이 재직하던 기업체’로 취업 제한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재벌 총수가 단독으로 범행했을 경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 등을 감안해 지난 5월7일 특경가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대상에 범죄로 “손해를 입은 기업체”를 추가한 것이다. 오는 11월8일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그 이후 횡령 등 범죄를 범한 총수는 취업 제한을 전보단 폭넓게 적용받게 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과거 범죄이기 때문에 개정안과 무관하지만 국정농단 범죄가 삼성전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탓에 공범이 많아 ‘개정 전 시행령’만으로도 적용 대상이 된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법무부는 삼성전자에 대한 취업제한을 실행에 옮겨야 하며 총수 일가가 횡령 대상이 된 회사에 변함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없도록 책임을 다 해 조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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