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2020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이 경제 규모에 비해 국가의 재정수입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혔다. 더구나 향후 재정수입 비율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전망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입 여건의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제통화기금(IMF) 발표한 ‘재정 감시 보고서’(Fiscal Monitor)를 보면, 내년 한국의 중앙정부 재정수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4.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은 이 보고서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홍콩 포함)의 재정지출과 수입 전망 등을 밝혔다. 한국의 재정수입 비율은 이들 나라 가운데 홍콩(21.0%), 싱가포르(21.1%)에 이어 3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재정의 규모가 작은 ‘도시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선진국의 재정수입 비율 평균은 36.6%로 한국과 비교해 12%포인트 높았다. 나라별로는 미국의 재정수입 비율이 31.5%, 일본은 34.6%로 전망됐다. 유로 지역은 45.7%에 달했다.
더구나 이들 나라의 재정수입 비율은 앞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2024년 재정수입 비율이 32.3%로 0.8%포인트 늘고, 일본도 34.7%로 0.1%포인트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조사 대상 선진국 35개국의 2024년 재정수입 비율이 36.8%로 내년보다 0.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한국의 재정수입 비율은 소폭 하락한다는 전망이다. 한국의 재정수입 비율은 2021년 24.5%, 2022~2024년 24.4%로 0.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일차적으로 글로벌 경기 부진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수입은 크게 국세 수입과 과태료 등 세외 수입, 기금수입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국세의 비중이 가장 크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2020년 세입예산안에서 내년 국세 수입이 292조원으로 올해(294조7천억원)보다 2조7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본예산 기준으로 국세 세입이 감소하는 것은 2010년(168조6천억원, 전년 대비 3.9% 감소) 이후 처음이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 변동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잠재 경제성장률과 내수 소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반도체 경기 부진 등에 따른 단기적인 법인세수 감소가 세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장기적인 세입 여건에서는 고령화가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인구 감소와 내수 소비 부진 등 잠재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재정 여건이 개선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악화하는 세입 여건과 반대로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의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 보고서에서 고령화로 인한 재정지출 추가 부담 규모가 140조원에 이른다는 예측치를 제시한 바 있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한국과 재정 구조가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 국민부담률이 한국보다 높은데도 국가채무 비율이 220%까지 치솟았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내년 총선 이후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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