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고 있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현지시각)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에서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남-북-중-러로 연결되는 가치사슬을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남방 정책의 핵심인 아세안 국가를 순방하는 동안, 경제 사령탑으로서 신북방 정책 구체화에 나선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5일(현지시각)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한-러 경제·기업인 대화’ 개회식에 참석해 “한국과 러시아 극동 지역의 교류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지난해 교역량이 2년 만에 2배가 될 정도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요인 등에 따라 단절된 가치사슬을 다시 연결하면 동북아 번영을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과 중국, 러시아가 극동의 접경지대를 공동으로 개발할 경우 철도, 전력, 가스 등 에너지 물류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그는 이러한 에너지 인프라 개발의 주체를 형성하기 위해 디벨로퍼 협의회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디벨로퍼란 특정 지역의 개발 방안을 발굴, 기획하고 금융·토목·건설 등의 개발 과정을 전담하는 인프라 투자의 주체를 뜻한다. 홍 부총리는 “그간 동북아 에너지 인프라 공동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금융 협력 채널은 구축돼 있었지만, 정작 금융 지원의 대상이 되는 사업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한국과 러시아, 중국의 주요 디벨로퍼들이 모여 창조적인 개발 사업을 공유하고 진전시킨다면 지역 경제 협력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일본의 무역제재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통해 유라시아의 가치사슬 복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국가 경제간 갈등과 보복, 적대적 행위가 혼란과 침체, 저성장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며 “아무리 경제적으로 강한 국가라 하더라도 주변국과 연결고리가 약해진다면 전체 가치사슬에서 고립돼 결국 쇠락의 길을 면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전 세계 리더들도 지난 6월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선언문에서도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인 무역 환경의 실현을 강조한 바 있다”고 되짚었다. 일본이 자국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선언문을 발표한 직후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선언한 사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또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전자산업의 가치사슬 다각화를 위한 공동 투자를 러시아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출자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는 대규모 투자펀드를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러시아는 기초원천기술 사업화로 해외 판로를 확보하고, 한국은 소재·부품·장비 공급선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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