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가 온라인 쇼핑 확대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현행 출점·영업시간 규제를 계속 유지할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23일 ‘대규모 점포 규제 효과와 정책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대규모 점포 규제는 과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걱정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대형 마트가 마이너스 성장세로 바뀐 현시점에도 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적합한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적용되는 대규모 점포 규제는 2010년 도입된 전통시장 인근 신규 출점 규제 등 ‘등록제한’과, 2012년 시작된 의무휴업일 지정 및 특정 시간 영업금지를 뼈대로 한 ‘영업제한’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가 전통시장을 위협하던 시절에 도입됐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에서 대형마트 비중은 2006년에서 2012년까지 24%에서 26%로 높아진 반면, 전통시장 비중은 27%에서 12%로 급감했다. 그러나 온라인쇼핑 급증,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소매시장의 판도가 급변하면서 2017년 대형마트 비중은 16%로 뚝 떨어지며, 전통시장(11%)과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기업형 슈퍼마켓도 대형마트보다 사정은 낮지만 하락세다. 소매판매액 비중이 2012년 4%에서 2017년 3.7%로 낮아졌다. 반면 온라인쇼핑 비중은 2006년 18%에서 2017년 29%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한상의는 “대형마트 매출액은 규제가 시작된 2012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상위 3개 대형마트의 점포 수가 2018년 처음으로 2개 감소했으며, 올해에는 상위 1·2위 대형마트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대한상의가 최근 400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유통업태를 묻자 응답자의 43%가 온라인쇼핑을 꼽았다. 대형마트는 18%에 그쳤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이 전통시장을 위협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특정 유통업태를 규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유통업태별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전통시장도 보호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업태로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 있는 ‘메르카도 다 히베이라’의 경우 2000년대 대형마트에 자리를 내주고 어려움을 겪었으나 젊은 분위기의 푸드코트와 바(술집)를 설치하는 전략으로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 하는 리스본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역사·문화·특산물 등 지역자원과 연계한 특성화 시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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