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추산한 비정규직 규모가 올해 86만7천명 급증해 그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여전히 실제 비정규직 규모는 정부 공식 통계보다 100만명 이상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계청이 ‘숨어있는 비정규직’을 상당수 포착했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26일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에서 2019년 8월 기준 비정규직 규모는 855만7천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로, 통계청이 추산한 비정규직 규모 748만1천명과는 107만6천명 차이가 벌어졌다. 장기간 근무하고 있지만 언제든 일손을 놓을 수 있는 ‘장기임시근로’가 정부 통계에서는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양 기관의 ‘정규직’에 대한 정의와 그 규모를 추산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매해 8월 전체 임금노동자에게 7개 질문을 던져(부가조사) 비정규직을 파악한다. 먼저 고용계약에 기간을 정했는지를 물어 기간제 등 ‘한시적 일자리’를 파악하고, 차례로 질문을 던져 시간제, 호출근로, 특수고용, 파견, 용역, 가내근로 등을 걸러낸다. 이렇게 비정규직을 거르는 질문들에서 걸러지지 않은 나머지는 모두 ‘정규직’으로 보는 식이다.
다만 통계청은 올해부터 고용계약에 기간을 정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도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지 예상 근무 기간을 물어본 결과(병행조사), ‘숨겨진 비정규직’이 최대 50만명 통계에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앞선 7개 질문으로는 정규직에 머물렀던 이들이 스스로 비정규직이라고 자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연구소는 이런 비정규직 포착에 대해 오랫동안 의문을 제기해 왔다. 아예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일손을 놓게 되는 비정규직을 포착할 수 없는 조사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소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상용직을 제외한 임시·일용직을 모두 비정규직에 포함해왔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으로 걸러지고,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된 임시·일용직 107만6천명은 ‘장기임시근로’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에 포함한 것이다. 장기임시근로란 결국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계속 근무를 기대할 수 없는 이들을 뜻한다.
통계청이 찾아낸 ‘숨겨진 비정규직’은 이런 연구소의 문제 제기가 정확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올해 비정규직 855만7천명은 지난해 820만7천명에서 35만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비정규직 통계가 86만7천명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소폭 증가에 그친 셈이다. 이는 통계청이 놓치고 있는 ‘장기임시근로’가 지난해(159만3천명)보다 51만7천명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통계청이 포착한 ‘숨은 비정규직’과 겹친다는 것이 연구소 쪽 판단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예컨대 식당에서 서빙하는 일자리 같은 경우, 근로 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았더라도 장사가 어려워지면 일을 그만두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통계청의 조사 방식으로는 이런 노동자들이 여전히 정규직으로 분류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포착하는 정부 공식 통계의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만5274원으로 나타났다. 전년(1만4607원)보다 667원 증가한 수치다. 임금 상위 10%에 들기 위해서는 시급 2만6480원을 넘겨야 하고, 시급 7368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위 10%에 속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16.5%에 달하는 339만명은 최저시급(835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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